[문화 매니어] "7개월 새 40번 관람…캐츠에 푹 빠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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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캐츠'를 마흔번이나 봤어요."

입이 쩍 벌어졌다. 지난 15일 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안의 캐츠 공연장 앞에서 만난 김은정(23.한국외국어대 사학과4)씨는 서슴없이 "'캐츠'에 미쳤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7월 오픈한 '캐츠'공연을 지금껏 무려 40회나 본 것이다. 지방공연 중에는 부산.광주.대구까지 쫓아 내려갔다. 가방 안에는 지금까지 모은 40장의 입장권이 수북했다. 휴대전화 화면은 물론 벨소리까지 '캐츠'의 테마송 '메모리'였다. 자신의 방은 캐츠 포스터와 사진들로 '도배'가 돼 있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다. "제 삶의 한 대목을 바꾸었거든요." 그는 '캐츠'를 처음 본 1년 전 얘기를 꺼냈다. 휴학 중이던 그는 졸업 후 취업난을 지레 걱정하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생활에 의욕도 없었다. 그러다 '캐츠'를 만났다. 뮤지컬에 큰 관심이 없었던 김씨는 "오케스트라석 바로 앞에서 공연을 봤는데 배우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고양이 의상을 입고 2시간40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에서 '치열함'을 엿보았다고 했다.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부터 '캐츠'의 팬이 됐어요."

지난해 7월 '캐츠' 공연이 다시 들어오자 그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학생 신분에 수만원씩 하는 티켓값이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돼지갈비집에서 일했다. "매일 몸은 녹초가 됐지만 즐거웠어요. 좋아하는 '캐츠'를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죠." 그리고 지난해 여름부터 7개월 동안 '캐츠'를 마흔번 봤다. 그는 "볼 때마다 새롭다"고 했다. 30마리에 달하는 고양이들의 이름도 일일이 꿰고 있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카페의 '캐츠에 미친 사람들'에도 가입했다. 거기서 만만치 않은 '적수'도 만났다. 바로 회사원 김정화(29)씨. 이날 함께 공연을 보러 온 김씨는 "오늘이 서른다섯번째 '캐츠'를 보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노트 두권에 빽빽이 붙여놓은 35장의 티켓을 보여줬다.

백성호 기자<vangogh@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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