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서비스 하다 사기당했다”/김칠성 전 지검장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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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탁은 인출 30억 장씨 돈으로 믿어/하정임씨 나타났을 때 속은줄 알아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부도사건」과 관련,검찰에 고소당한 김칠성 서울신탁은행 전 압구정동지점장(56)은 22일 오후 검찰 출두에 앞서 서울 가락동 자택에서 본사 기자와 만나 『거액의 예금을 유치한 장씨에게 대출서비스를 해오다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지난해 신탁은행 압구정동지점에서 인출한 30억원은 장씨 돈일줄 알았고,장씨로부터 불비정리확약서도 받았다』며 이를 공개했다.
­장씨와 어떤 방법으로 거래를 해왔나.
▲압구정동지점장으로 있던 92년 11월 장씨가 직원을 보내와 가명으로 보통예금을 개설하고 50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수시로 최고 15억원까지 예금을 유치해 주어 장씨집을 직접 오가며 종종 사후결제 형식으로 예금인출을 해주기도 했다. 지난해 4월말 본점 관리역으로 옮긴 이후에도 장씨 부탁으로 압구정동지점에 찾아가 같은 방법으로 거래를 했다.
­최근 밝혀진 부정인출사건의 경위는.
▲지난해 10월26일 장씨가 30억원이 입금된 통장 2개를 주면서 「통장인감이 다른 은행에 가 있으니 3일뒤에 찍어주겠다」며 인출을 요구해 평소 관행대로 돈을 내줬다. 당시는 예금의 실세 전주가 장씨인줄로 짐작했고 「원영봉」 「하정임」이라는 가명을 빌려 쓴 것으로 알았다. 두 통장의 명의는 다른 이름이었으나 인감은 「원영」이란 이름의 같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장씨로부터 이후 도장을 건네받았나.
▲장씨에게 계속 독촉했으나 도장을 건네받지 못했다. 미심쩍게 생각하고 다음달인 11월13일 장씨를 만나 『93년 11월25일까지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확약서까지 받기도 했으나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면 사고가 난 걸 어떻게 알게 됐나.
▲예금액을 인출해준지 한달이 지난 11월29일 통장주인인 하정임씨가 은행으로 직접 찹아와 『내돈 내놓으라』며 인출을 요구할 때 비로소 실제 예금주가 하씨인줄 알았다. 하씨의 통장은 장씨가 예금인출을 요구한 지난해 10월26일 개설됐는데 어떻게 예금된 당일 통장 2개가 장씨에게 건네졌는지 모르겠다.
­최근 장씨와의 연락은.
▲장씨가 10일전 잠적할 때까지 거의 매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21일 저녁 장씨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 「오는 25일까지 해결하겠다」고 말했다(김씨는 인터뷰 직후인 22일 오후 서울지검에 자진 출두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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