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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가 휩쓰는 이유(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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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입시는 서울과학고가 가위 휩쓸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입수능시험에서 서울과학고 학생이 전체수석과 여자수석을 독차지하더니 포항공대 전체수석과 전학과 수석을 휩쓸고 이어 서울대 전체수석과 지망생 전원합격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까지 수립하게 되었다.
우리는 수석입학을 치켜세우고 교육을 점수화하는 나쁜 교육풍조를 새삼 되살리자는 의도에서 과학고의 개가를 떠받드는게 아니다. 날로 나빠지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암기위주의 죽은 교육에서 창의력 제고의 살아있는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그 살아있는 표본을 과학고에서 보기 때문에 이를 격려하는 것이다.
83년 경기과학고,89년에 서울과학고가 생겨날 때만 해도 평준화교육에서 영재교육이 웬말이냐 반론도 있었다. 또 입시부담에서 벗어나 과학영재를 키우겠다는 설립취지에서 본다면 명문대를 좇는 입시위주의 과학고 교육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의 경쟁력과 수월성이 심각하게 제기되는 시점에서 과학고와 같은 형태의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우선 전국의 10개 과학고는 해당지역 중학교의 3% 이내 우수학생이라야 응시자격을 갖고 한 학급 30명씩,한학년 1백80명씩 소수 학생만을 엄선한다. 교사와 학생의 비율 1대 4,실험·실습기자재를 새롭게 도입하고 암기위주보다는 창의력·비판력을 높이는 토론식을 도입하면서,특히 이번 수능시험과 대학 본고사의 주관식 논술고사에 맞는 교육을 과학고는 실시해왔다. 선발된 우수학생을 대상으로 좋은 교육환경에서 살아있는 교육을 하면 우수한 인재는 저절로 양산된다는 모범을 과학고가 실증한 셈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평준화 교육을 모두 청산하고 고교입시를 부활하고 자율경쟁에 맡기면 모든 교육이 잘될 것으로 보는 것은 오산이다. 평준화교육은 잘잘못을 떠나 지난 20여년동안 우리 교육의 기본틀이 되어왔다.
교육의 기본을 흔들면서 경쟁일색으로 질주할 때 생겨나는 혼란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파국이 될 것이다. 평준화라는 기본틀을 지키면서 교육의 수월성을 높이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미 지방의 여러곳이 평준화에서 해제되었지만 평준화 해제가 결코 교육의 질을 모피는 방책은 아니다. 교육의 수월성을 위해선 과학고·외국어고와 같은 특수학교를 늘려야 한다. 전국의 과학고를 배이상으로 늘려도 좋고 외국어고에 이어 인문계 영재학교도 생겨나야 한다.
우리의 중등교육은 인간교육·직업교육·특수교육의 3분화된 다양성을 보여야 한다. 민주시민으로 살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할 평준화 인간교육과 실업고 증설을 통한 기술입국의 직업교육,그리고 영재교육을 위한 특수교육 등이 다양성속에서 조화를 이뤄야 새 시대가 요청하는 인재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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