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한국이것이문제다>3.호텔수도서 녹물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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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 물은 정수된 물이므로 그대로 마셔도 됩니다.』 지난해 9월 개관한 서울 역삼동 특급호텔인 노보텔앰버서더 객실의 세면장 수도꼭지에 붙여진 문구다.일어.영어로 병기된 이 문구를 보면 외국인들의 우리나라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알수 있다.노보텔은 50개국에 2백70개 의 호텔을 갖고 있는 유럽형의 호텔체인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특급호텔의 경우 대체로 수돗물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습니다.외국 관광객들은 한국방문전에 수돗물에 관한한 상당히 부정적인 정보를 갖고 오게 되지요.』 서울 플라자호텔 홍보실 전은경씨의 말이다.서울 플라자의 경우 객실에 생수를 무료로 공급하고 있는 것은 물론,물을 끓여 먹을수 있는 기구를 아예 비치해 두고 있다.그러나 특급호텔을 벗어나 일반호텔이나 여관의 경우 자체 정수시설을 가동할 수 없는 형편이다.따라서 알뜰관광을 즐기려는 외국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이들 숙박업소에서는 자연 물소동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물을 마시려고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진흙같은 녹물이 나왔어요.먹을 물을 찾으려고 종업원을 불렀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관광차 입국,光州 N관광호텔에묵었던 미국인 제럴드 고모락씨의 호소다.그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콜라.우유등으로 음료수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한국의 수돗물은 마시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미네럴 워터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관광협회가 지난해 6월 펴낸 포킷版 한국관광 안내책자에 나오는 경고문이다.92년부터 직장관계로 가족과 함께 서울에 머물고 있는 고바야시 히토시씨(小林仁.40)역시 집에서는 물론 직장에서도 판매용 생수를 마신다고 했다.
관광객 유치는 쾌적한 환경이 뒷받침돼야만 한다.마시는 물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의복이나 음식은 싸가지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먹는 물만큼은 현지에서 해결해야만 한다.최근 사이판에 호텔을 개관한 리베라호텔의 경우 샤워룸의 물을 정 수해 공급하고 있다.산호성분이 함유된 물이 피부미용에 좋지 않다는 여성고객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목욕물은 고사하고 선진관광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최소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의 공급이야말로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李順 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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