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만 갖춘 폐수처리장(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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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일 발표된 팔당수계의 오·폐수처리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고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여 정부가 추진해온 「맑은물 공급대책」이 얼마나 내실없는 허구이며,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겉치레식 기만이었음이 명백해진 것이다. 팔당댐 수계에 설치돼 있는 39개나 되는 오·폐수처리장이 한 곳도 제대로 가동되는 곳이 없어 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오수와 분뇨,축산·공장폐수가 대부분 수도권 2천만 주민의 식수원으로 흘러들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심지어는 하수처리장만 설치해놓고 하수도관은 연결하지 않는 곳과 하수도관을 잘못 연결해 오수는 방류되고 맑은 물은 처리장으로 보내는 한심한 시설도 전체 처리장의 절반이나 되는 20여군데에 이른다고 한다. 환경처와 지방행정기관 공무원들의 무지와 무사안일은 물론,여론호도에 급급한 기만술책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날로 증가하는 각종 오·폐수의 전량처리가 현재 설비를 완전가동해도 어려운 형편에 그나마 기존설비 모두가 결함투성이요,운영부실이라니 팔당수원지가 2급수와 3급수를 넘나드는 한계상황에 있음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예산부족으로 하수처리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핑계가 터무니없는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입증된 것이다.
먼저 이를 팔당수계 하수처리장의 설계와 시공 및 운영에 관련된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지방행정기관의 과장과 계장 정도 하위직 공무원 한 두명의 징계로 그칠 일이 아니다. 감독관청인 환경처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단순한 공무원법상 징계가 아니라 수임된 공무에 대한 직무유기와 배임의 형사책임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다음은 감사원의 감사가 전국 수계의 하수·폐수·오수처리장에 대해서도 실시돼야 하겠다. 중앙관서의 영향력이 가장 가깝게 미치는 수도권 하수처리장의 시공과 관리상태가 이 모양이라면 그 밖의 수계에 있는 처리장의 실태가 어떠하리란 것은 짐작이 어렵지 않다. 이 기회에 전국적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수질관리정책의 기본부터 다시 세우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하수처리장이나 정수장 등 수질관리기관에 종사하는 기술자와 관리자들의 기술수준과 전문지식에 대한 실태를 일제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부적격자는 모두 교체하거나 철저히 재교육하고,모자라는 전문인력은 양성하는 장·단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 처우를 개선해서 좋은 인력을 유임하고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오염원은 방치해둔채 하수처리장의 기능에만 의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수원지와 연관되는 주변환경을 정화해 오수발생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여야 한다. 상수원 상류에는 인적의 접근조차도 엄금하는 선진국의 예들이 좋은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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