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얻은 당연한 시민권리/김상진 사회2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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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남 마산시가 낙동강 수질오염 마산시민 비상대책위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고,비상대책위측도 수도료 납부 거부운동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시민운동의 승리」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그동안 행정당국이 취해온 태도에 비하면 이같은 변화는 매우 의미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산시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칠서정수장의 수질검사치를 매주 1회 공개하고,민관합동 수질검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과거 정수장의 보안문제를 내세워 일반인의 접근을 막아온 것에 비하면 커다란 진전이다.
마산시는 낙동강 수질오염 사고가 터진 직후에도 『칠서정수장의 암모니아성 질소함량 등 수질공개는 상부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고자세로 일관해왔었다.
그러나 이같은 마산시의 태도가 비상대책위의 수도료 납부 거부를 위한 서명운동이 시작된지 3일만에 바뀐 것이다.
비상대책위 이인식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시민 불복종운동의 작은 승리』라며 『마창지역 35개 민간단체들이 벌였던 수도료 납부 거부운동을 방관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낙동강 수질오염 시민비상대책위는 17일부터 마산·창원지역에서 수도료 납부거부를 위한 서명에 나서 시민 2천여명으로부터 서명받은데 이어 20일부터 납부거부를 위한 구체적인 법적대응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마산시도 『차라리 수질검사결과 공개가 땅에 떨어진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흐름을 보노라면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마산시가 수용키로 한 수질검사치 공개 등은 요금을 내고 수돗물을 먹는 시민들이 알아야 할 당연한 권리에 속하는 것이어서 차라리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질문제뿐 아니라 행정기관이 정보를 독점하고 숨기기보다 공개하고 함께 고민할 때 민관사이의 신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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