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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환경을 살리자:3(물비상… 이대론 안된다: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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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염배출자에 처리비 물리자/하류 피해땐 상류주민·기업서 보상
맑고 안전한 물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문제다.
서울대 양봉민교수(환경경제학)는 『물대책 재원 확보를 위해선 오염배출자가 처리비를 내는 원인자 부담제도와 GNP에서 파괴환경 복구비 만큼 뺀 것을 공식 경제실적으로 치는 그린 GNP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원인자 부담제도는 하수종말처리장 설치,가동비·상수도 정화비 등 환경비용을 오염물질 배출기업이나 지역주민이 직접 내게 하는 제도다.
강 상류에서 흘려보낸 오염물질 때문에 하류지역이 피해를 볼때 상류지역 기업이나 주민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상류지역에 공단설치 등 개발을 자제시키는 효과도 있어 물문제 해결에 효과가 크다.
그린GNP제도는 네덜란드 환경경제학자인 휘팅 박사가 경제성장으로 업적을 평가받는 경제관료·정치인들이 환경과 경제를 조화시키는 정책을 펴도록 유도하기 위해 70년대에 고안한 것.
예로 이번 낙동강 사태 복구비 등으로 5조원이 계산됐다면 이 비용을 GNP에서 제외시키자는 것이다. 이렇게 환경피해를 매년 계산,발표한다면 아무리 성장 제일론을 부르짖는 경제관료라도 물예산 배정에 꾸준히 호의적일 것이고 국민이 낙동강 사태를 잊더라도 정치인들은 지역구 개발투자보다 물문제 해결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다.
네덜란드가 시범실시한 결과 정권안보차원에서 환경예산 지원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유럽 8개국과 일본 등도 곧 정식 도입할 예정이며 유엔은 개도국에 도입을 권장중이다.
또하나 문제인 「투자한 만큼 효과를 얻는 물행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결정·실행과정에서 전문기술인과 납세자인 주민들을 적극 참여시켜 전문성을 높이고 감시를 강화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근 한국건설연구원 부원장은 『이번에 안전한 물대책의 하나로 발표된 「고도정수처리」가 돈이 많이 드는데도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것은 그런 방법에 힘입은 바가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도정수처리는 산화분해제인 오존,흡착제인 활성탄 등을 써서 벤젠·THM·TCE·PCB·벤조에이피렌 등 이번에 검출됐거나 존재가능성이 높은 발암물질,암모니아성 질소 등 유기물질,중금속과 불쾌한 냄새 등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지금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프랑스 루앵정수장,독일 암슈타트정수장,일본 오사카 무라노정수장 등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은 80년대초 이번 낙동강사태처럼 암모니아성 질소와 발암물질이 검출되자 주민·전문가들이 당국과 함께 논의,설치하게 된 것이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설치하겠다고 결의한 주민들은 지방의회에 압력을 넣고 시민감시단체를 만드는 등 가동을 철저감시,고도정수처리 장치가 갖는 위력을 십분 발휘하게 만들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꾸준히 받아 설비효율을 높이고 있다.<채인택기자>
◎전문가의견…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그린GNP제」 도입 예산편성에 활용/기업이 쓴 환경투자엔 세제혜택줘야
모든 환경사업에는 재원마련이 관건이다. 하지만 정부업적이 주로 경제성장 수치에 의해서만 평가받는 분위기에서 환경부처가 물문제의 사전예방과 사후복구에 필요한 예산을 두고 두고 충분히 타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듯 싶다.
페놀사고로 국민들이 들끓을 때 나온 물대책의 상당수는 예산부족으로 실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 우선론자가 많은 경제기획원이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고 경제성장률에 표가 좌우된다고 믿는 정치인이 예산을 최종 확정하게 돼있는 만큼 문제해결은 쉽지 않다.
기업들도 문제가 생기면 가동중단·조업감축 등으로 당장 시범케이스만 면하고 보자는 행태가 여전하고 근본적으로 환경에 대한 생각을 고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이러고서야 물대책을 아무리 많이 내놓아도 제대로 실현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관련부처들이 물대책 투자에 자발적으로 나서게 만들려면 국민들의 관심이 식더라도 꾸준히 물대책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행정체질,또는 시스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권과 행정을 맡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건,아무리 바뀌건간에 물대책에는 계속 예산이 뒷받침될 수 있게 구조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일본 등에서 시범 실시중인 「그린GNP제도」를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환경피해를 경제학적 기법으로 계산해 그 액수를 GNP에서 깎아낸 나머지만 경제실적으로 따지자는 것이 그린GNP의 모토인데 정부가 환경오염을 돈으로 환산해보는데 의미가 있다.
이 제도는 경제관료와 정치인들에게 환경도 경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들어 환경과 경제가 조화를 이루도록 예산을 배정하게끔 유도할 것이다. 기업에 대해서는 오염을 시킨 사람이 복구비용을 부담하는 「원인자 부담원칙」을 적용해 기업의 환경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오염자 부담원칙은 기업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지만 두산 페놀사건의 예로 볼때 문제가 난 다음에 곤욕을 치르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 것으로 본다. 아울러 기업이 쓴 환경투자에 대해 세제혜택,설비에 대해 금융혜택을 적극적으로 주는 방법도 투자유도책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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