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책,일과성으론 안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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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직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한채 계속되고 있는 영남지역 상수도 오염소동에 대한 정부의 반응과 대응을 보면 마치 예기치 않던 돌발사건이 터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인상이다. 총리와 장관들이 현장을 시찰하고,대통령이 특별대책 강구를 지시하는가 하면,검찰까지 나서 오염자를 색출하겠다고 분주하다. 그러나 낙동강의 수질이 극한 상태에 이르러 이 지역 상수원이 심하게 오염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식수오염 소동은 오래전부터 예비돼왔던 것으로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해야 옳다.
어디 낙동강 뿐이겠는가. 전국의 강과 하천이 정도의 차이만 약간씩 있을뿐 심한 오염상태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낙동강 유역은 수많은 산업시설이 편중돼 있기 때문에 사전대비가 그만큼 철저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발과 성장위주의 정책에 밀려 대비에 소홀한 결과 빚어진 사태인 것이다.
비록 이번 사건의 직접원인이 어느 특정기업체의 산업폐수나 분뇨처리장의 오물 무단방류에서 기인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근본원인은 오염방지시설 설비나 가동의 원천적 부실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해당업체의 부도덕성과 경제력 부족만 탓할 일은 아니다. 정부의 감시·단속은 물론 정책적인 종합적 배려와 투지가 있어야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다.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환경시설은 영세기업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그래서 발각된 업체를 벌주고,단속 공무원을 징계한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상수원 보호정책을 강화하고 하수종합처리장의 용량을 현실에 맞게 늘리는데 정부의 투자가 앞섰어야 했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환경투자의 부담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식수문제만 하더라도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정수기나 생수의 구입비를 따지면 국민 전체가 깨끗한 물을 마시도록 하는 정부투자를 분담하는 쪽이 훨씬 부담이 적을 것이다. 국민부담을 좀 늘려서라도 최소한 숨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지켜야 한다. 아무리 소득이 늘고 나라가 부강해져 국민이 풍요를 누린다해도 한시도 멈출 수 없는 호흡과 물마시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러한 풍요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이란 일단 훼손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든다. 낙동강의 오염을 제거하고 다시 살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영남주민 식수의 취수원을 합천으로 옮긴다해도 오랜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면서도 완전한 해결은 못된다.
무엇보다 문제가 터질 때만 부산하다가 고비를 넘기면 잊어버리고 마는 일과성 대책으로는 물문제 해결이 불가능함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3년전 페놀파동이 있었는데도 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 바로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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