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후 對유럽정책 조율-美.러시아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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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2일부터 14일까지 모스크바에서 개최될 美-러 정상회담은 여러가지 점에서 지금까지의 정상회담과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이전의 美-러시아(舊蘇聯)정상회담은 냉전의 기초 위에서 東西진영을 대표하는 양 초강대국이 기득권 확보 속에서의 균형 유지를 강조했던 회담이었던데 반해 이번 정상회담은 냉전 종식후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유럽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불안한 러시아 政情을 안정화시키는데에 중점이 두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주의제는 서방진영의 長兄 위치에 있는미국의 의도와 舊소련 해체후 역시 이 지역에서 맹주 역할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러시아의 입장이 합치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핵철수 문제다.
우크라이나의 非핵화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지원 문제와 러시아가희망하고 있는 舊소련지역에서의 독보적인 핵주도권 확립문제,유럽의 항구적인 평화구축문제등 중첩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문제다.
현재까지 러시아 외무부와모스크바의 언론,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등을 통해 흘러나온 소식들을 종합하면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에 있는 핵무기를 러시아에 양도하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이 러시아에 자금을 지원,우크라이나의 핵무기를 해체한다는 것이다.
동유럽국가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입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러시아의 예민한 입장을 고려,신중한 자세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측은 빌 클린턴 美대통령이 주창한「평화를 위한 동반자관계」에 원칙적인 지지를 보내면서도 나토의 확대에 대해서는 극력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이미 미국은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등 동유럽 4개국의 나토가입을 잠정 보류시켜 러시아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을 뜻임을 비췄다.
러시아는 또 미국이 진정한 동반자관계를 바란다면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에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주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미국이 舊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각종 법률의 철폐와 첨단기술의 수출제한 폐지등에 관한 문제가 이번 회담을 통해 타결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러시아경제지원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등이 지원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플레억제및 시장구조개편등의 강도를 완화시켜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에 직접적인 경제지원을 해주기는 어려운 형편이어서 러시아측도 크게 기대를 걸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러시아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무의미한 것(지리노프스키)이라거나 그저 입으로만 하는 침발린 소리(일류힌.공산당 지도자),별다른 의미를 갖지못하는 것(야블린스키)등으로 평가절하 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스크 바=金錫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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