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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점 도보탐험(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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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기의 탐험가 아문센과 스콧이 결사의 대결을 벌이며 탐험에 맞섰던 지점이 남극점이다. 남위 90도 지점을 말하는 남극점(Geographic South Pole)은 두께 2천8백m의 빙하위에 위치하고 평균기온 섭씨 영하 49.3도,영하 80도가 기록된 적도 있다. 시속 3백60㎞의 강풍이 불고 6개월은 낮,6개월은 밤이다. 지구의 자전으로 남극점은 하루 약 40m씩 옮겨지기 때문에 1년에 한번씩 남극점을 측정해 그해의 남극점을 점하기로 되어 있다.
최초의 남극 탐험가였던 아문센이 로스해의 고래만에 기지를 설치하고 썰매를 타고 남극점에 도달하는데 55일이 걸렸다. 이 1천4백㎞ 거리를 썰매가 아닌 도보로 한국인 탐험대가 44일만에 주파하는 세계 네번째의 대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허영호 공격조 대장은 중도 무보급·무휴식이라는 신기록까지 세웠다. 그는 이미 에베레스트를 세차례 올라 8천m 이상인 고봉 7개를 등정했으며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 계획중 이미 그중 5개의 정복을 끝낸 불굴의 탐험가요 등산가다. 허영호는 지난 91년 북극점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북위 89도9분,북극점을 92.4㎞ 앞에 남겨두고 불의의 화상을 입었다. 그는 후송된뒤에도 무전으로 대원을 독려해 오로라 빛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북극점에 한국인이 발을 디디는 쾌거를 마련한 장본인이었다.
일본의 세계적 극지탐험가로 우에무라 나오미(식촌직기)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북극권 탐험 1만2천㎞를 혼자 썰매를 타고 주파했고,3백13일간 그린란드 종단기록을 최초로 세운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언제나 혼자 탐험에 나서는 특이한 인물이었다. 알프스의 몽블랑도,킬리만자로 등반에서 아마존강까지 모두 단독으로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도 남극의 극지 정복을 희망했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채 84년 매킨리봉에서 조난을 당했다.
그만큼 허영호의 탐험은 세계적이다. 탐험은 나약한 현대인에게 있어 진주보다 더 고귀하고 값진 불굴의 모험정신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탐험이란 미지세계로의 도전이다. 그 도전은 인간이란 한계상황에서 정신적·육체적 한계점을 극복하면서 성취점에 도달하는 어쩌면 가장 정신적인 투쟁의 정화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제2개국을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은둔의 나라에서 국제화·세계화를 표방하는 새로운 도전의 시대를 살고 있다. 모험과 극복,도전과 탐험으로 새 지평을 열어야 할 시점에서 남극점 도보 탐험대의 쾌거는 우리 시대의 한 정신으로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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