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러시아,고물비행기에 무리한 인원 탑승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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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3일 이르쿠츠크에서 발생한 러시아 바이칼항공사의 여객기참사는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과 러시아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비행 공포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혹시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하거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되지 않을까 하는 비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있겠지만 러시아및 舊소련권 지역에서의 비행 공포증은 종류가 다르다.
몇 시간 정도의 비행기 연.발착쯤은 애교로 봐준다.급한 외교업무를 띤 한국 대사가 비행기 연.발착으로 인해 밤새 몇 군데비행장을 왔다갔다하는 곤욕을 치렀다거나,중요한 상담을 위해 알마아타에서 모스크바로 출발하려던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 간부들이 제트유 부족으로 출발이 3일씩이나 미루어졌다는등의 이야기도별로 대단한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러시아에서 비행기를 타려면 항상 만원인 비행기가 혹시 정비불량.과적등의 원인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 활주로 사정으로 다른 비행장에 내리지 않을까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걱정이 태산같다.
특히 최근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정비불량및 노후화로 인한 비행사고에 대한 공포증은 舊소련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취재등의 이유로 자주 지방과 인근 공화국등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무뚝뚝하고 니예트(없다,안된다)만을 연발해대는 스 튜어디스의 퉁명스러움과 함께 승객을 괴롭힌다.
그나마 러시아의 비행기 조종사들이 대부분 아주 뛰어난 비행능력을 갖고있기 때문에 낡고 정비가 잘 안돼 보이는 아에로플로트비행기를 타면서도 안심했던 외국인들은 최근 사유화정책에 의한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분할로 더욱더 불안에 시달리 고 있다.
사유화로 생겨난 1백60여개 이상의 중소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가격을 덤핑하거나 무리한 인원과 화물을 탑승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고,자격도 없으면서 국제노선에 전세기를 띄우겠다고 장담하다 중요한 전시.사업일정을 망쳐놓 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러저러한 이유때문에 최근엔 러시아및 舊 소련지역들과 비즈니스를 하는 서구의 큰 회사들은 자가용 비행기를 아예 가져오거나 아니면 舊소련의 거점도시들을 운항하는 서구비행기들을 이용하는 사례들 이 늘고 있다.
타슈켄트.알마아타등에 정기항로를 갖고 있는 오스트리아 항공사나 루프트한자 항공사등이 큰 득을 보고 있고 중앙아시아 5개국과 인근한 터키 항공사들도 덕을 보고 있다.
항로를 개방하니 서구회사들만 이익을 챙기고 지방 군소사의 난립으로 사고율만 높아진다며 아에로플로트사의 사유화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모스크바=金錫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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