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삼성” 제도개혁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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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장 3개면 “결재끝”/관리인력 40% 감축/과열 홍보전 않기로/「유연 출퇴근제」 도입
신경영 6개월을 맞은 삼성그룹이 본격적인 「제도개혁」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고 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정작 속으로는 훨씬 본질적인 변화과정을 밟고 있다.
「관리의 삼성」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고 질중시의 원칙은 홍보나 회의 등 회사 안팎의 갖가지 관행들을 하루가 다르게 바꾸어 놓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이건희 삼성회장이 신년사에서 『지난해의 개혁은 변화를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처럼 앞으로 더욱 파장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변화는 삼성물산의 결재서류에서 우선 알 수 있다.
삼성물산은 모든 서류의 경재란을 지금까지 담당­과장­부장­이사­본부장­부문장­사장­부회장 등 8개에서 최근 담당­팀장­사업부장의 3개만 남겨놓고 모두 없앴다. 대부분의 결재가 사업부장(이사급)선에서 끝나는 것이다.
대신 상무·전무급 이상은 미 GE사와 일본 미쓰이상사처러 모두 사장 보좌역(경영위원)으로 선임,경영위원회를 구성했다.
1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경영위원회는 중장기 전략과 전사 차원의 대형프로젝트 등을 논의하며 모든 결재는 서류 대신 「구두」로 한다.
조직도 신경영과 감량경영이 맞물려 크게 달라졌다.
삼성물산의 경우 3백여명의 관리 및 지원부서 인력 가운데 1백30여명을 다른 계열사로 전출시켰다. 나머지도 대부분 생산·영업 등 직접 부서로 전진배치됐다.
그래서 꼼꼼히 챙기고 또 챙기는 것으로 유명했던 삼성의 「관리위주」 경영분위기는 속도감있는 「공격적 경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룹의 연말 사장단회의도 없어졌다. 대신 올해는 12일에 연초 그룹 사장단회의가 처음으로 열린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양위주에 매달리지 말자」는 원칙에 따라 예년과 달리 전년도 매출실적 및 올해 목표발표는 식순에 들어있지 않다.
삼성의 홍보전략도 「뻥튀기」에서 탈피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상품의 개발,생산라인 완공,시장 출시 등 단계마다 홍보전을 펼치던데서 벗어나 최근에는 완전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때에만 신상품 개발을 발표하고 있다.
생산라인의 라인스톱제처럼 불량품을 최소화한뒤 홍보에 나서자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한바탕 북새통을 떨었을 세계 최소형 무선이동전화기와 보통용지용 팩시밀리 등은 획기적인 개발품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이 완료된뒤 한참이 지나서야 신제품 발표를 했다.
가장 큰변화는 삼성 개혁의 상징이던 「조기출퇴근제」가 곧 「유연 출퇴근제」(업무의 성격에 따라 자유롭게 하루중 언제든 알아서 8시간만 근무)로 바뀌는 것이다.
삼성의 개혁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제도」를 바꾸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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