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확인” 민주당의 생활정치/최훈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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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물가가 너무 올라 시장나오기가 두렵습니다』 『돈 만원을 들고 나와봐야 쓸게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무슨 대책을 세워줘야 할 것 아닙니까』….
민주당의 이기택대표와 유준상·노무현 최고위원,김덕규 사무총장·김병오 정책위의장 등은 7일 낮 서울 연신내의 「연서시장」을 방문해 최근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장바구니물가의 현장을 돌아보았다.
시장을 찾은 주부들은 마침 마주친 정치인들을 알아보고 『생선·채소·과일 값이 작년초에 비해 20%나 오른 것 같다』며 『값을 깎느라 상인들과 다툼이 벌어지기 일쑤』라고 입을 모았다.
한 주부는 『작년 가을에 7백원하던 시금치 한단이 지금 1천7백원이고,파 한단은 1천5백원에서 1천7백원으로,갈치 좀 좋은 건 9천원에서 1만3천원으로 올랐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날 생선·야채·쌀·의류가게와 노점상 할머니를 만난 민주당 당직자들은 『장바구니는 더욱 가벼워지고 주부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건값이 오르면 즐거울 것만 같던 상인들도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에 불안감을 느끼기는 매한가지였다.
한 야채가게 상인은 『설렁탕값·목욕료·이발비는 물론이고 기름값·담배값·커피값,심지어 소주값까지 다 오르는 마당에 우리라고 값을 안올리고 배길 수 있느냐』며 이유있는 항편을 거듭했다.
다른 상인은 『주부들은 우릴 보고 투정하나 공공요금 인상으로 더 어려운건 바로 우리 장사꾼들』이라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시장내 「광장식당」에서 이창건 연서시장 회장·상인들과 함께 순댓국밥·김밥 등으로 식사를 함께 한 이 대표일행은 『정치권에서 물가 등 서민들의 힘든 민생현실에 더욱 관심을 가져달라』는 상인들의 간곡한 당부를 접했다. 이어 오후 2시 시장옆 「세종예식장」에서 이날 시장방문의 체험을 정책으로 연결해보기 위해 「장바구니물가대책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발표자인 이원형의원은 『신임 부총리의 뒤죽박죽식 공공요금 현실화가 서민들을 이렇게 멍들이고 있다』며 「탁상행정」보다는 「체감물가」에 대한 정부측의 시급한 처방을 촉구했다.
이 대표 등은 이와함께 곧 구로공단과 충남 홍성의 농촌지역을 찾아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체험하고 이를 정책토론회로 집약해낼 계획이다.
길바닥에서 외치기만 하면 그만이었던 「구호정치」에서 「생활정치」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민주당의 신선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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