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같은팀 감독.선수 조흥금고 김병철.규태 父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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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버지,왜 제가 이 정도의 대우를 받아야 합니까,아버지….』 3일 조흥금고씨름단과 입단계약을 한 金奎兌(22.대구대)는 소속팀 감독인 아버지 金柄轍씨가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지난해 선수권대회 역사급 1위등 대학재학동안 다섯차례 역사급 우승을 차지해 프로씨름 한라급 유망주로 꼽히고 있는 金(1m78㎝.99㎏)은 아버지때문에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대우를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金이 조흥금고측으로부터 받을 스카우트비는 5천만원(계약금 3천만원.연봉 2천만원).
같은 한라급으로 비슷한 기량을 갖춘 삼익가구의 宋王鎭(울산대),청구의 趙弘住(인하대),일양약품의 崔琁欽(전주대)등이 1억1천만~9천만원을 받은 것에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어서 억대 신인 5명의 등장과 함께 올해 프로씨름 신인 계약의 화제가 되고 있다.
金은 드래프트 단계에서부터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운명처럼 이같은 홀대를 받아들여야 했다.
지난해 11월25일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조흥금고에 우선해 지명권을 가진 일양약품이 金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라급 전력이 약한 조흥금고측도 金의 1순위 지명을 희망,金감독이 이왕이면 자신이 아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일양측의양해를 구해 조흥금고행이 결정됐다.
부자가 한팀의 감독. 선수가 된다는 기대감도 잠시,별 문제 없을 것같았던 입단 협상은 진통의 연속이었다.
金은 기량이 비슷한 다른 선수들과 균형을 맞춰 계약금 8천만원.연봉 2천만원등 1억원을 요구했으나 조흥금고측은 계약금 3천만원 연봉 2천만원을 제시했다.
10일동안의 협상에서 거리를 좁히지 못해 결국 민속씨름협회에조정을 신청하는 사태를 맞았고 지난해 12월23일 협회는 계약금 6천만원.연봉 2천만원으로 조정액을 확정했다.
조정으로 끝날줄 알았던 한달간의 진통은 조흥금고측이 조정안조차 거부하며 계약 포기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더욱 커졌다. 金 역시 다른 선수의 반값에 입단,자존심을 상하느니 조흥금고를 포기하고 1년후 다른 팀에 입단하는 방안을 심각히 검토했다. 그러나 씨름단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金감독이 1년간 공백이 엄청난 기량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등을강조하면서 1주일동안 아들을 설득,결국 씨름단측 조건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서운하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뒤집기.
들배지기등 다양한 기술로 공격형 씨름을 구사하는 金은 50~60년대 경량급에서 크게 활약한 아버지와 민속씨름 초반 럭키증권소속으로 태백장사를 세번 차지했던 형(金起兌)의 뒤를 이어 반드시 경량급의 간판선수가 되겠다 는 각오다.
○…6개 씨름단이 신인선수들의 계약이 완료되고 간판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 선수들의 연봉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3일부터 주로 지방대학을 찾아 체력.기술 단련을 위한 본격적인 겨울훈련에들어갔다.럭키증권은 4일부터 6일동안 지리산에서 산악훈련을 실시한뒤 경상대에서 실전훈련을 할 예정이며 삼익가구는 경남대,조흥금고는 동아대,일양약품은 인제대 씨름부와 이달중 2~4주씩 훈련을 실시한다.
또 지난해 12월 이미 지리산.공수부대에서 각각 특별훈련을 가진 청구.현대는 현재 숙소에 머무르며 평소처럼 체력및 실전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李德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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