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정초부터 훈풍-경제가 최우선 의지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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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부와 재계간에 훈풍이 불고 있는가.
3일 청와대에서 가진 신년하례회에는 처음으로 大韓商議.全經聯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참석했다.또 5일 경제단체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신년하례회에도 金泳三대통령을 비롯한 政.財界인사 1천여명이 참가한다.
기업들은 청와대 신년하례회에 뜻밖으로 경제단체장을 초청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지금까지 이 모임의 범위는 청와대비서실과 경호실,행정부의 장관급,집권여당의 핵심간부등 1백여명으로 한정돼 왔다.이 점만으로도 올해는 그만큼 민간기업을 중요시하겠다는 의지를 읽을수 있는 대목이라고 기업인들은 해석하고 있다. 또 이날 商議빌딩 2층에 문을 연 청와대 비서실 부속「경제규제완화 실무점검단」사무실도 기업과 가까이 하려는 청와대의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지금까지 청와대 부속 사무실이 청와대 주변 安家나 정부부처 내에 차려진 것과는 달리 서울의 도심지,그것도 완전히 공개된 경제단체 빌딩내에 마련된 것이다.
이날 현판식 연설에서 朴寬用청와대 비서실장은『새해 첫 대면에서 대통령의 첫 말씀이「올해는 경제를 가장 중요하게 챙기고 특히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행정규제를 대폭 완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연초부터 달라진 분위기는 果川경제부처에서도 쉽게 느낄수 있다. 丁渽錫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시무식에서『앞으로 기획원이 관계부처와의 업무조정은 물론 재계인사들과도 훈훈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해 곧 재계와의 접촉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권과 행정부의 자세전환은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경제회의와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을 통해 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정부와의 협조에 적극적이다.
大韓商議가 민간자본의 사회간접자본 참여를 논의하는 사회간접자본 확충분과위원회의 위원(30명)을 구성할 때와 청와대 부속 행정규제완화 점검단에 참가할 기업 실무자(27명)들을 뽑을 때가 대표적인 예다.같은 그룹에서도 사장.부사장들이 나서 서로 자기회사 실무자를 밀어넣기 위한 경쟁으로 경제단체들이 조정에 애를 먹었을 정도였다.
지금까지 시범 케이스에 걸려들기를 꺼려했던 기업들도 이번 규제완화실무 점검에서는 서로 자기기업이 조사대상이 되기를 바라는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한상의 車相弼부회장은『연초부터 달라진 분위기는 좋은 징조』라며『규제완화가 아니라 규제는 철폐돼야한다는 이야기가 기업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올만큼 움츠러들었던 기업들의 자세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과의 관계개선,金昇淵한화그룹 회장의 구속등 민감한 현안들이 남아있어 정.재계의 훈풍이 어디까지미칠지는 아직 속단할수 없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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