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제팀의과제>2.물가정책에 첫 승부 걸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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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은 최근 청와대 비서실 경제팀과 작은 「마찰」을 빚었다.
내년에 줄줄이 인상해야할 공공요금 가운데 물가에 영향이 아주작은 자동차 면허시험수수료,배달증명등 우편수수료,공항이용수수료등은 연내에 털고 넘어가자는 것이 기획원 입장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정부가 연내엔 공공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물가에 영향이 크고 작은 것을 떠나 어떤 인상도 안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럭키금성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올해 물가를 5% 이내에서 잡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이 약속은 이미 지난 10월에 깨졌다』면서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국민경제를 위해 가격인상 억제와 현실화중 어느 것이 더 나 은지 판단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때마침 신임 丁渽錫 부총리는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가격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능사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가격구조의 왜곡은 결국 경제의 원활한 흐름을 막게 되고 그 피해는서민들에게 더 돌아간다』며 물가정책의 전환 방침 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인상 요인이 억눌려 왔던 공공요금들이 워낙많아 문제는 결코 간단할 수 없다.
崔珏圭前부총리도 丁부총리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었지만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닥쳤었다.
우선 내년 財政 계획상 철도요금.우편요금.국립대 납입금.고속도로 통행료등이 6~9%선의 인상요인을 안고 있다.
사회간접자본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휘발유.경유의 특소세율이 대폭 오름에 따라 기름값도 오르게 돼 있다.담뱃값도 소비세인상에 따라 지금보다 갑당 평균 1백33원 오르게 돼 있으며 수도요금과 전기요금도 들먹거리고 있다.
그간 그때 그때 털어버리지 못하고 억눌러 온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이들 요금들의 인상이 한꺼번에터져 나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가 출범할 때 가능한대로 가격인상부담을털어 버렸어야 했다』고 지적해오던 학자들의 「新경제 비판」은 다시 한번 귀담아 들어야 할 소리다.공공 요금을 현실화하더라도관계당국은 그 이상으로 해당 기관들을 채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새삼 강조되고 있다.
인상 요인을 경영 합리화를 통해 자체적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을정말로 다했느냐는 점을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新경제 초기였던 지난 4월 「눈치 분위기」에서 나왔던 財界의공산품값 인상 자율억제 결의도 이제는 「時效」가 끝났다.
물가문제와 관련해서는 금융실명제 2년차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동안 제대로 노출되지 않았던 부동산임대업자나 중소상인들의 매출이 점차 드러나고 이로 인한 새로운 稅부담이 소비자들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새 경제팀의 첫번째 「궂은 일」이 하필이면 연초의 가격 인상이라는 점은 물가 정책이 「順理」를 따라가야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준 셈이다.새 경제팀이 가격 현실화의 부담을 그래도 덜 수있는 유일한 길은 가격 인상과 함께 맞물린 공기 업 경영 합리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는 일일 것이다.
〈沈相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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