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性희롱 방치못할 상황-여성단체연합,실태와대책 토론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최근「서울대 교수에 의한 조교 성희롱사건」이 발생,법정문제로비화하면서 上司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직장내 성희롱에 관심이집중되고 있다.직장내 성희롱은 피해당사자인 여성들에게는 바로 고용차별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성희롱의 개념 규 정과 함께 노동조합이나 여성단체를 중심으로한 조직적 대응.법적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7일 오후 한국 여성단체연합 성폭력 특별법 제정추진특위와 서울대 총학생회등이 공동주최한 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직장내 성희롱 실태와 대책」토론회(종로구연지동 기독교 연합회관)의 주요내용. 토론에 나선 성심여대 李令子교수(사회학)는『오늘날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희롱은 남성은 성에 대해 아무 거리낌없이드러내놓고 즐길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반면 여성은 성을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가부장제 성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통념이 지배하는한 어떤 형태로든 남성은 가해자,여성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2중구도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내 성희롱은『여성노동자에 대한 일반적 차별과는 다른또다른 고용차별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李교수는 그 근거로 인사권과 관련,성별이 개인의 고용상 교환조건이 돼 고용형태.조건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남성과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이라는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의 경우 상대의 요구를 들어줘 승진.출세한 경우나 불이익을 당한 경우 모두「성에 의한 고용차별」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한편 무엇을「성희롱」으로 볼것이냐 하는 개념범주의 문제도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한국의 경우 이번 서울대 禹조교사건이 법정에서 최초로 거론된것일뿐 아직 법원의 판결은 없는 상태다.수년간의 판례를 정리,1980년「성에 의한 차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미국의 경우▲불쾌한 성적 접근▲성적 접근에 응하기를 요 구하는 행위▲기타 성적인 성격을 갖는 언동등을 직장내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희롱 여부의 개념판단과 입증은 매우 어려운 문제여서 미국등 서구에서도 성희롱의 거절 또는 용인이 해고.채용등에 영향을 미치고 행동이 지속적.반복적이어서 입증이 용이한「직장내 성희롱」이 주된 문제로 다뤄지고있는 형편이다.
李종걸변호사는『형사처벌의 경우 형사법에 명백한 처벌근거가 있어야 하나 우리나라는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며 민사소송으로대처할 경우도 불법행위의 원인사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따라서 서구.일본등에서 직장내 성희롱의피해 구제수단으로 택하고 있는 고용법적 대응이 고려해볼만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회와 때맞춰 한국여성민우회가 실시한 「직장내 성희롱실태」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성희롱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응답자4백58명중 4백1명으로 87%.
성희롱을 경험한 시기는 응답자의 절반이상인 54.9%가 입사1년 이하인 때라고 응답,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미숙한 여성들에게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성희롱을 한 사람은 직속상사(38.9%)가 가장 많았으며 동료남직원(37.7%),다른부서 상사(13.7%),고객이나거래처 관계자의 순으로 나타나 고용상 위계구조 속에서 성희롱이많이 일어남을 보여줬다.
〈李貞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