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성희롱 오해 무섭다”/어색해진 서울대 사제지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교육상 필요한 신체접촉도 꺼려/체육 자세교정 “말로만”… 실습지장
서울대의 교수와 여학생 사이가 올가을 들면서 눈에 띄게 서먹서먹해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8월 『담당교수의 성희롱을 거부한 끝에 재임용에서 탈락했다』는 자연대 우모조교(25·여)의 대자보로 시작된 성희롱사건의 부작용으로 서울대 교수들의 여학생 대하는 태도가 수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부자연스러워진 것이다.
특히 체육과목중 골프·호신술·테니스·볼룸댄스나 자연대·공대의 실험기기 조작 지도 등 교과과목 특성상 신체접촉을 피할 수 없는 과목을 지도하는 교수들의 곤혹스러움은 더 크다.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여학생에 대해선 교육과정상 꼭 필요한 자세교정 등 최소한의 신체접촉조차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체육학과 실습과목의 한 강사는 『성희롱사건이 표면화된 뒤 여학생들의 자세교정은 가급적 말로 대신하거나 남학생을 모델로 해 지도하고 있다』며 실습지도의 어려움을 밝혔다.
한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서는 성희롱사건 후유증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가장 큰 화제』라며 『여학생들에게 평소 스스럼없이 대하던 행동들이 갑자기 어색해졌다는 교수들이 많다』고 전했다.
자연대의 또 다른 한 교수는 『과거 별 생각없이 건네던 농담도 이제는 듣는 여학생쪽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의식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는데 교수연구실의 조교를 포함한 여제자들도 어색해진 것은 마찬가지.
이번 성희롱사건으로 스승과 제자라는 기존의 가치관영역에 남성과 여성이란 이성관계가 침투한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의 이런 어색함은 결국 90년대식 새로운 문화현상에 적응해가는 대학사회 특유의 「문화적 충격」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학생·교수 모두가 선진국들이 이미 겪은 것을 우리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이현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