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쟁시대… 노동개혁 급하다/박세일교수 노사정세미나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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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바르고 강한 노조육성,정책 동반자로/노사협 공동협의­결정­책임 기구돼야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화·세계화의 경제전쟁시대를 맞아 우리경제가 제대로 발전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동정책의 대담한 전환과 노동운동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 박세일교수(법학)는 한국노동교육원이 주관하는 「노·사·정 신협력체제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국제화·세계화시대의 노사관계」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경제의 국제화·세계화전략의 성패는 노동문제의 올바른 해결,즉 노동개혁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전제하고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노동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올바르고 강한 노동조합」을 육성,정부의 노동정책 구상과 집행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제몫을 하는 노동조합이 없으면 노사관계의 발전과 안정은 불가능하며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노조 지도자를 적극 육성하고 키워야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현행 노동법을 ILO 기준과 선진 산업국가의 노동법 원리에 부합되도록 과감히 개정하고 최소한 상급단체의 경우 복수노조의 인정과 제3자 개입금지 조항도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정치적으로 독립된 노·사·정 대표로 구성된 노동위원회가 확대개편 강화돼 전문성과 중립성을 제고,각종 노사분쟁에 적극 개입·조정하는 명실상부한 중재역할을 해야한다. 노사자치주의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노사 쌍방 혹은 일방이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할 경우나 노사분쟁,노사자치해결이 불가능할때는 이 기구가 신속·공정하게 개입함으로써 조기에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재,노사협의회법을 대폭 개정해 노사협의체가 노무·인사부문의 대혁신을 추진하는 중심조직의 기능을 담당,명실상부한 노사간 대화 및 의견교환·정보교류의 장이 되도록 공동협의·공동결정·공동책임의 기구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넷째,노·사·정의 역할정립으로,노조는 생산성과 품질,기업은 고용안정과 적정임금·고복지를,정부는 물가안정·소득분배의 개선과 사회보장의 확대에 절대책임을 지는 신 신사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와함께 노동운동의 방향도 최우선 목표가 임금의 극대화에서 투자의 극대화로 전환되어야 하고 분배를 위한 조직의 차원을 넘어 생산에 적극 기여키위해 노동자의 욕구와 기대의 변화를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사용자에게는 입장발표 내지 해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기능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노동운동은 전문성을 갖고 국제화·세계화에 안목을 가진 리더십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물안 개구리식 노동운동으로 시대착오적인 계급투쟁적 사고에 머물거나 고임금 획득이라는 노동운동의 일면에만 치중한다면 국제화시대의 생존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현 노총이 자기혁신을 통해 현재의 장외노조를 흡수할 지도력이 없다면 제2의 노총을 합법적으로 인정,상호경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시민운동·소비자운동을 통해 노동운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압력을 가하고 감시·감독하는 방법도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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