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가 사라져간다-숫자 10년전의 반,환경오염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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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새(鳥)는 낭만의 여백이고,고향 떠난 사람들에게는 향수 그 자체였다.또 젊은이에게 웅비하는 이상과 꿈을 형용하고 때론 풍류의 주제이기도 했다.그러나 이런 낭만.향수.이상.풍류를 상징했던 새들이 줄어만 간다.특히 예년 같으면 으레 보여야할 겨울철새중 상당수가 자취를 감췄고 숫자도 대폭 줄어들고 있다.
조류전문가인 경희대 尹茂夫교수(생물학과)는『겨울철새의 수가 5~6년전부터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며 일부 도래지는 찾아오는 철새가 과거의 절반도 못된다고 말했다.그는 또 2~3년전부터 홍방울새.칡부엉이.솔잣새.멋쟁이.나무발발이. 흑고니 등을거의 보지 못했다며『10여종의 겨울철새가 아예 발길을 끊은 것같다』고 덧붙였다.
텃새와 철새.나그네새 등을 포함,우리나라의 조류는 3백90종남짓.이중 겨울철새가 모두 1백16종으로 으뜸이며 나그네새 1백3종,여름철새 64종,텃새 57종,迷鳥(방랑새)53종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의 수는 정확한 조사는 없으나80년대 중반까지 10만마리를 훨씬 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학자들은 추산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주요 철새도래지를 관찰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그 숫자는 10여년전에 비해 반으 로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7개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의 우리나라 최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을숙도 실태조사에 의하면 84년 하구댐 건설이전 5만마리 이상을 유지하던 철새수가 90년대 들어 2만5천마리 이하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尹교수에 따르면 세계 적 희귀종인노랑부리 백로와 도요새등이 자주 찾던 영종도 갯벌에는 최근 신공항 공사시작이후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또 2천마리이상의 기러기류가 찾아오던 전북 익산의 운포 등에도 최근에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은 수의 기러기.오리.고니류만을 볼 수 있다.이밖에도 철원의 휴전선 부근을 80~90마리씩떼지어 찾던 두루미가 지난해에는 50마리 수준으로 줄어들었고,강릉 경포호의 오리.고니류,속초 청초호의 흑고니도 크게 줄었거나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20여년 이상 전국을 돌며탐조작업을 벌여온 尹교수는『아마 환경 파괴.악화가 철새의 발길을 돌려놓고 있는 것같다』며 아쉬워했다.
과거 한반도는 서해의 갯벌,동해의 맑은 물등이 철새의 이동 경로이자 도래지로 더없이 좋은 요건을 갖췄었다.그러나 최근 간척사업.하구댐 건설.폐수배출등으로 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철새의 보금자리가 박탈된 것이다.때문에 한강.휴전선 일대에 수천마리씩 몰려오던 재두루미의 경우 최근 주도래지를 일본 가고시마의이즈미로 옮겨버렸다.
『철새가 한국을 멀리하는 것은 황폐한 자연에 대한 경고』라는전문가들의 지적에 모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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