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언론 「한국 개방조건」 관심/제네바 한미협상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야 의원 “제2동학란 조짐” 엄호사격/축협,쇠고기 지키기 현지시위 계획
쌀시장 보호를 위해 제네바로 날아온 한국협상대표단(단장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은 주말도 잊은채 마이크 에스피 농무장관 등 미국 대표들과 세차례 협상을 갖고 쌀시장의 빗장을 푸는 대신 유리한 개방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
○…미국측과의 협상은 4일 오후(한국시간)의 1차때만 잠시 양측 협상대표들이 모두 참석하는 「확대협상」이었을뿐 2차(5일 오전),3차(5일 오후)는 허·에스핀 장관만이 참석한 「1+1협상」으로 진행. 때문에 허 장관은 회담장인 힐튼호텔에서 대표단들에게 협상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뒤 기자들에게도 간략히 회담 분위기만 언급.
그러나 허 장관은 『12월로 예정된 4차 협상에서 모든 문제가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해 한국이 적어도 일본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쌀시장을 부분개방할 수 있을 것 임을 시사.
○농민시위 사진도 제시
○…허 장관은 에스피 장관과의 3차 협상에서 한국 농민들이 볏짚을 태우는 등의 시위장면 사진이 담긴 스트랩북을 제시하며 쌀문제의 심각성을 강조.
에스피 장관은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고개를 끄덕이후 『이 스크랩북을 미국에 가져가 정부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허 장관이 전언.
○협상내용 끝까지 함구
○…미국측과 두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인 한국대표팀은 협상내용에 대해 끝까지 함구로 일관.
때문에 특파원들은 물론 현지에 나와있는 경제기획원·외무부·상공자원부·농림수산부 등의 실무자들도 협상내용을 파악하느라 애를 먹기도.
일부 부처에서는 협상결과 보고가 늦어지자 제네바로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오는 바람에 대표단은 더욱 분주.
허 장관은 『협상이란 마무리까지는 타결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일뿐 아니라 분명한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UR 협상이 양자협상이 아닌 다자협상이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이 끝나도 결과를 공개하기 어렵다』며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축협 간부들 제네바착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 송찬원회장 등 간부 4명이 『쌀시장도 중요하지만 축산물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협상팀에게 주지시키기 위해 5일 오전(한국시간) 제네바에 도착.
송 회장 등은 이날 아침 대표단이 묵고 있는 인터컨티넨탈호텔로 허 장관을 예방,『국내에서 쌀시장 고수의 중요성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축산물이 내던져진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쌀과 함께 쇠고기도 지켜달라』고 주문.
송 회장은 국내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축산업이 무너지면 쌀시장도 무너진다』고 강조하고 『제네바 당국의 승인을 얻어 우리 축산물을 지키기 위한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소개.
축협 각도 조합장 9명도 7일 제네바에서 송 회장 일행과 합류할 계획.
○서덜랜드 총장과 면담
○…민주당 조순승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한뒤 귀로에 제네바에 도착(5일 오후),협상대표단을 격려하는 한편 피터 서덜랜드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사무총장 등과 만나 한국 쌀문제에 대해 지원을 요청할 예정. 조 의원은 『제네바에서 한국 농촌출신 의원 4명과 일본 농촌출신 의원 4명이 모여 두나라 쌀시장 보호를 위해 연대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면서 『서덜랜드 총장 등을 만나 한국 쌀시장의 구조적인 영세성 등을 중점 설명할 것』이라고 설명.
조 의원은 『현재 일부 농민들은 트랙터를 군청앞에 옮겨놓고 만약의 경우 쌀가마에 불을 지르려 하는 등 흡사 제2의 동학란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하고 『이같은 분위기를 조기에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
○“한국 뒷다리 안잡을 것”
○…쌀시장 개방문제로 한국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일본의 언론들도 현재 진행중인 한·미 협상에 지대한 관심을 표시.
일본 방송사 등은 허 장관이 국내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마다 찾아와 『협상이 타결되었느냐』 『합의내용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한국의 쌀시장 개방조건이 자기들과 어떻게 다른지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설사 한국이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어낸다 하더라도 선진국이며 농촌사정이 다른 일본이 한국의 뒷다리를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브뤼셀=박의준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