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美.EC 무역조정-UR 연내타결 또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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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4일 끝난 이틀동안의 美國-EC간 무역분쟁조정협상이 험악한분위기속에서 끝남에 따라 다음달 15일로 시한이 끝나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틀동안의 협상에서 미키 캔터 美무역대표부 대표와 리언 브리튼 EC무역담당집행위원은 자신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UR합의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서로 고수,협상이 결렬됐다. 결렬은 두 당사자 사이의 좁히기 힘든 농업과 문화상품이라는 까다로운 의제로 인해 비롯됐다.지난해 11월에 체결된「블레어 하우스협정」에 따라 농업보조금을 감축하고 음향.영상분야에 대해서도 개방을 확대하자는 미국의 주장과 이를 수용할 경우농업에 막대한 타격과 함께 유럽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여기고 있는 문화상품까지 할리우드의 지배아래 놓이게 될 것을 염려한 EC가 팽팽히 맞선 것이다.
음향.영상산업의 경우 지난해 미국이 EC에 수출한 금액이 26억달러인 반면 EC의 對美수출은 2억8천8백만달러에 그쳤다.
91년 EC역내에서 상영된 영화의 81%,TV에서 방영된 드라마와 코미디의 54%가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EC는 문화적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음향.
영상 상품의 경우 현재의 개방정도를 고수한다는 입장이고 미국은전면적인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협상 결렬의 배경에는 北美자유무역협정(NAFTA)의 성공으로 인한 미국 의 배짱 속셈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클린턴행정부는 NAFTA로 인해 커다란 정치적.경제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 여세를 몰아 UR협상에서도 강경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나왔었다.이를 반영,협상이 개시된 23일 백악관 의 한 고위보좌관은 미국의 이익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경우 클린턴대통령은 UR를 거부할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백악관 참모조직인 국가경제협의회(NEC)의 바우먼 카터 사무국차장은『미국의 이익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클린 턴대통령은 UR를 무시할 수 있는 재량과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발언,만일의 경우 UR를 무산시킬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국의 진의가 정말 UR를 무시하기 위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강경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자는 의도가 더 강한 것일 수도 있다.
협상이 결렬된 후 캔터대표와 브리튼위원이 보여준 태도도 UR에 대한 타결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었다.캔터대표는 회담후『최종시한인 다음달 15일까지 UR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가능하며 미국도 이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또 브리 튼위원도『블레어 하우스협정의 변경이 가능하며 미국과 긍정적인 방식으로 논의중에 있다』고 밝혀 회담장 내에서의 강경태도와는 다른 모습을보여 줬다.
그러나 미국의 강경자세는 다음주 브뤼셀에서 열리는 회담에서도계속될 것으로 보여 EC와의 조정에 실패할 경우 UR의 파국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이번 협상에서 보여줬다.
〈金祥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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