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안기부법이 최대 쟁점/돌파구 못찾는 국회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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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 겉으론 한치 양보 안해/여론 악화… 막후협상은 계속
난항을 거듭하던 국회운영이 23일 양당 3역회담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양당 3역은 이날 회담에서 여전히 쟁점에 대해 이견을 보이긴 했다. 그러나 그동안 여야간의 첨예한 대립점이었던 안기부법 처리문제에 한발짝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으며 추곡가문제 역시 여당의 상당한 양보카드를 제시할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은 최대 걸림돌이던 안기부법은 사실상 안기부 권한을 최소화하고 국회 통제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안기부의 위상을 재정립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야당에서 주장해온 안기부의 수사권 폐지문제는 권한의 남용과 정치적 이용을 막고 수사권을 순수한 대공업무 등으로 제한키로 명문화한다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전망이 없지 않다. 안기부 예산문제도 국회 정보위를 설치해 안기부 예산에 대해 실질적인 심사권을 주기로 하는 선에서 타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곡수매 문제는 당정협의 과정에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긴 했었지만 빠듯한 예산사정 등으로 미뤄볼 때 여당이 제시한 복안은 상당한 양보안으로 평가됐으나 이날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가 추곡수매 예산을 특별회계가 아니라 일반 예산안으로 포함시킴으로써 협상이 여지가 줄어들었기에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자 않았다. 그러나 민자당은 추곡수매 거부 등 농민들의 강한 반발과 야당의 비판에 힘입어 정부측을 설득,최대한의 양보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 일괄타결 협상 노력은 새로운 시대분위기에 따른 여론의 질타와 김 대통령의 정치관계법 처리 등에 대한 강한 의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여당이 신축성있는 자세로 임한 것은 출국직전 『당당하게 법대로 회기내에 처리하라』는 대통령의 엄명 결과로 보인다.
민자당은 외면적으로는 「법대로 처리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막후협상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김영구총무는 원내 사령탑으로서 김태식 민주당 총무와 매일 접촉하면서 야당의 분위기를 파악해왔고,황명수 사무총장 역시 22일 김덕규 민주당 사무총장과 비공식으로 만나 3역 회담을 사전조율해 『샴페인 터뜨리는 일만 남았다』고 장담할 정도로 내부적인 의견접근을 봤다. 김종휘 정책위 의장 역시 상대역인 김병오 민주당 정책위 의장과 정책위 의장 회담 등을 통해 추곡가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혀왔으며,김덕룡 정무1장관은 예결위에서 훈령조작사건이 걸림돌로 돌출하자 문제를 제기한 이부영의원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하는 등 막후에서 뛰었다.
여당으로서는 특히 개혁과 구 정치청산을 앞세우며 출범한 새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그래서 3역 회담에 대한 사전 막후 조율과정에서 여야는 상당한 합의점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융통성은 야당의 최고위원 회의에서 다시 원칙을 강조하는 강경입장으로 되돌려졌다. 이같은 강경 재확인은 야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에 원인이 없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초조한 여당으로부터 아직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낼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대통령의 귀국후 영수회담이라는 협상자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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