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첫 韓美 공동창작소설 피리소리,현대문학 연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소설은 미국인 아버지와 관련해 미국을 배경으로 한 부분은 시드니씨가,그리고 한국인 어머니와 관련해 한국을 배경으로 한 부분은 安씨가 맡아 韓美 양국 문화를 극명하게 대비하면서 둘 사이에서 낳은 딸을 통해 두 문화간의 변증법적 화합 을 모색해본다는 작업구도로 짜이게 된다.
安씨가 영문에 능통한 반면 시드니씨는 우리글에 서툴러 초고는둘다 영문으로 쓰게되며 이들 초고를 양인 합의하에 손을 본다음安씨가 다시 한글로 옮겨 연재에 들어갈 계획이다.그렇게 연재를마친 소설은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단행본으 로 출간될 예정이어서 미국등 영어권 독자들도 최초의 韓美공동창작소설을 접할수 있게 될 것같다.
시드니씨는 6.25때 美해병으로 仁川상륙작전에 참전,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미국에 돌아가 제대한 시드니씨는 뉴욕大를 마치고 인디언과 카우보이의 삶과 문화를 연구,미국학 박사학위를 받아 풀브라이트 교수가 된뒤 지난 62년 서강대로 왔다.거기에서英美현대소설을 강의하면서 당시 영어로 『은마는 오지 않는다』를쓰고 있던 영문과 3년생인 安씨를 처음 만났다.
대학시절 영어로 무려 8편이나 장편소설을 썼던 安씨는 원고를미국 유수출판사에 열심히 보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외면당했다.
당시 원고지가 없어 대학노트에 빽빽이 작품을 써나가는 安씨에게시드니씨는 타자기까지 사주며 창작의욕을 북돋워 주었다.시드니씨는 또 『나와 함께 각각 한국전을 소재로한 작품 한편씩을 써보자』며 64년 여름 한달간 安씨를 강원도 산골로 데려가 같이 창작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때 시드니씨가 썼던 작품이 68년 미국 윌리엄모로출판사에서펴낸 『For the Love of Dying』.시드니씨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現 서울대총장인 김종운씨가 번역,『죽음과 희롱하는 사나이들』이란 제목으로 출간된바 있다.
미국문단 진출의 꿈을 포기하지않고 끈질기게 시도하던 安씨는 87년 월남전을 다룬 소설 『하얀 전쟁』을 써『White Badge』란 영문제목 으로 美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한다.그리고 90년 미국출판사에서 『은마는 오지 않는다』영문판을 펴내며 책앞에 「시드니박사께 이 책을 바친다」는 헌정사를 넣은 것이 계기가 돼 두사람은 91년 22년만에 다시 연락이 됐다.당시 시드니씨가 교수로 있던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재회한 두사람은 『교수와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작가로 서 한편의 소설을 같이 집필하자』고 뜻을 모았다.그러다가 올9월 시드니씨가 서울대 영문과교수로 오게 되면서 공동창작에 구체적으로 합의하게 된것.
安씨는 『시드니교수를 내 문학의 스승으로 여기고 있고 시드니교수는 이 작품의 창작을 위해 다시 한국에 왔을 정도니 호흡이잘 맞을 것같다』며 『국경을 넘은 사랑,그러나 국경과 세월속에묻힌 멋진 연애소설을 한편 쓰면서 한국과 미국 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겠다』고 말한다.
〈李京哲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