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재씨의 경우(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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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서석재씨의 복권론이 제기돼 정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서씨는 3당 통합이 되기 이전인 89년 동해 보궐선거때 당시 통일민주당의 사무총장으로 타당 후보를 매수·사퇴시킨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었다. 그는 당시 이 사건으로 구속까지 돼 13대 의원직을 사퇴했고 재판계류중에 14대 국회의원에 출마,당선됐으나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로 다시 의원직을 잃었다.
동해 보궐선거 때의 잘못으로 인해 그는 실로 지난 4년간 영어의 몸도 되어보고 의원직을 두번씩이나 잃는 어려움도 겪었다. 「마음고생,몸고생을 할 만큼 한 것 아니냐」는 일부 동정론도 나올만하게 됐다. 또 당시의 사정을 보더라도 스스로 다 뒤집어 쓰기는 했지만 혼자 한 일도 아닐터이고,또 그때는 그 비슷한 일이 흔히 있던 때가 아니냐는 정상론도 있을 수 있다. 어찌보면 그도 시대의 피해자일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는 그 사건으로부터 4년여가 지난 지금 그에 대해 동정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론을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서씨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과 발상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서씨 한사람만을 떼어놓고 보면 동정론이 제기될 여지가 상당히 있듯이 현재 사법조치를 당하고 있는 사람중에도 사건과 정황을 꼼꼼히 따져보면 「참 안됐다」거나 「그만큼 고생했으면 되지 않았느냐」고 할만한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들과의 형평을 불가피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씨가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에 특혜를 받았다는 비난을 받게 될게 틀림없다. 그것은 서씨 자신에게도 부담이 되고,대통령에게도 누가 된다.
지난달의 국회연설이후 김 대통령은 유난히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청와대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다른 변화와 함께 국민들에게 「국면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우리의 경제·안보적 상황이나 시급한 국가경쟁력 제고란 지상과제를 놓고 볼때 우리는 더이상 과거에 매달려 현재와 미래를 소홀히해선 안될 처지다. 그런 의미에서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는 국면전환은 빠를수록 좋다.
그러한 변화를 가시화하는 방법으로는 인사개편과 화합조치만한 것이 없다. 이렇게 국민의 에너지를 다시 모으기 위해서도 어차피 화합조치는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시절의 정치와 선거의 상황에선 여야 할 것 없이 상당한 무리와 부정·부패가 불가피했다. 여권에서 서씨를 시대의 피해자요,고생할만큼 했다고 할 수 있듯이 다른 진영에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 사람이 꽤 있다. 이들과 또 과거 시대의 아픔 때문에 수배를 당하고 형을 살았던 사람들을 광범하게 검토해 미래를 향한 화합조치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서씨의 경우도 그 일환으로 검토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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