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부르는 아파트 얌체주차(속/자,이제는…:2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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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걷기 싫은데” 현관앞·도로에 세워/행인불편 차 빠져나가다 사고도
총 6백여가구가 입주해 있는 분당의 S아파트단지. 신도시 대부분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지상 4백여대·지하 1백60여대의 주차장을 완비,가구당 1대에 가까운 여유있는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오후 8시가 넘어 지상주차장이 가득찬 후에는 어김없이 치열한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주민들이 10여m 떨어진 지하주차장을 외면하고 집에서 보다 가까운 위치에 차를 세우려고 주차금지구역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6일 오후 8시30분쯤 주부 김모씨(38)는 14개월된 딸을 데리고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10여분을 길에 서 있다 결국 경비원에게 도움을 요청,유모차를 머리위로 치켜들고서야 아파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승용차가 아파트 현관 출입구를 가로막고 주차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최모씨(36·회사원)는 3일 오후 9시쯤 도로 양편이 모두 주차장이 돼버려 차 1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진입로에 들어서던중 마주오던 차에 양보하기 위해 후진하다 접촉사고를 내 즐거웠던 귀향기분을 망쳐버렸다.
최씨는 『사고를 수습하고 30여분뒤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보니 3분의 1 가량의 공간이 빈채로 남아 있었다』며 몇걸음 더 걷기 싫어 무단주차를 하는 얌체행위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하주차장이 비어있으니 그리 가라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집앞에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무조건 차를 밀어넣고 보지요.』
매일 저녁 운전자들을 지하주차장으로 보내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는 경비원의 말은 자신만의 편의를 위해 무단·불법주차를 일삼는 우리의 자동차문화가 차량 6백만대 돌파라는 현실에 비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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