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총재없는 프로야구 5개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프로야구의 총수인 총재(커미셔너)가 有故로 자리가 공석이 된지 5개월째 접어들고 있다.그런데도 구단이나 한국야구위원회(KBO)임직원 누구도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심지어『총재없이 한국시리즈를 무사히 치러냈고KBO도 아무 문제 없이 잘 풀어나가고있다』면서 총재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판국이다.
실제로 프로야구는 지난 7월15일 李相薰총재가 사임한 이후에도 한국시리즈등 각종 경기를 무사히 치렀다.
또 해마다 총재가 하던 부문별 타이틀 시상식도 태평양구단주가대신했다.
총재가 없어도 야구경기나 행정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총재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이같은 이유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야구단간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누가 중재하고 결정을 내릴수 있을까.또 각 구단 선수들간의 충돌이나 판정시비가 벌어졌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이같은 미묘한 문제들때문에 미국.일본등 야구 선진국에서 60~1백년전부터 총재를 두고 있고 한국도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李총재 사퇴이후 구단들은 후보감을 암중모색해 왔다.
일부에서 전직장관을 지낸 尹天柱씨등을 거론하기도 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또 최근에는 정치인중에서 한 두사람이 거론됐으나 고위층(?)반대라는 믿기 힘든 루머와 함께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각 구단 사장들은 총재 선출건에 대해「적임자를 추천해달라」며오히려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구단 사장들은 프로야구의 숙원인 전용구장 설립이나 현구장 개.보수문제를 책임지고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있는 인물을 원하고있다. 그러나 전용구장(구장 확장등)문제는 현행 법규상 해결할수 없다.이 문제는 내무부.건설부.문화체육부등 정부부처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등 난마처럼 얽혀 있다.
따라서 비중이 큰 인물이 총재가 돼야 이같은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게 구단측의 생각이다.
그러나 감독관청인 문화체육부등 정부 당국은 『문민시대에 걸맞게 구단 스스로 총재를 선출하라』면서 뒷짐을 지고 있다.
마음에 안드는 인물은 반대하면서 스스로 뽑으라는 얘기다.
구단들은 눈치만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니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고 총재 무용론까지 나오는 것이다.
프로야구 총재는 야구법(규약)의 집행자이자 얼굴이다.또 총재는 월급여 3백50만원.판공비 2백만원을 받으며 기사와 중형승용차(뉴그랜저 3.0)가 제공되는등 현실적인 혜택도 받는다.이같이 괜찮은 자리(?)가 언제까지 공석으로 남아있 을 것인가.
〈權五仲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