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큐건설,2020년까지 지하도시 실용화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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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땅위에서만 북적거릴 것이 아니라 땅속도 이용하자.』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지하도시 건설구상이 日本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는 80년대 후반 거품(버블)경제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비롯됐다.지하 수십m에 땅굴을 파고 지하도시를 만들면 국토공간을 두배로 늘릴수 있지 않느냐는 발상이다.
현재 지하도시 연구를 본격 추진하고 있는 곳은 도큐(東急)건설. 일본 종합건설회사중 랭킹 10위정도 되는 회사로 연간 수주액은 6천5백억엔 정도다.
89년11월 도큐건설은 東京에서 남서방향으로 65㎞정도 떨어진 가나가와(神奈川)縣 사가미하라(相模原)市에 실험 지하동굴 건설에 착수했다.
泥岩層 암반을 수직(가로.세로 10m)으로 50m 파내려간 뒤 옆으로 지하터널을 뚫어 2백평방m의 터널형 지하실험실을 만들었다. 도큐건설은 현재 이곳에서 지하건축공법,泥岩層 力學특성파악,자연채광,토압및 수압측정,지진관측,온.습도,음향,진동,식물재배 가능 여부등 본격적으로 지하생활에 필요한 각종 실험을 하고 있다.공사와 실험등에 이미 10억엔이 투자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50m를 내려가면 화초와 나무가 시험재배되고 있다.
빛이 특수 대형굴절렌즈(지름 1천2백㎜)를 통해 지하 50m까지 도달,식물의 탄소동화작용을 돕고 있다.온도는 섭씨16도,습도는 40%로 약간 서늘하다.
공법은 우리나라에서 지하철 건설에 사용된 나툼공법등이 이용됐다.벽에는 모르타르등을 칠해 방음효과를 거두고 있어 지하동굴인데도 전혀 울림현상이 없다.실험결과 음향에 관한한 음악홀에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이 회사는 견학온 사람들에게 보란듯 가곡을 들려주고 있다.
도큐건설은 기온차가 거의 없는 점을 이용해 포도주를 저장,맛의 변화에 관한 실험도 하고 있다.
지하 50m의 암반동굴인 관계로 지진에 특히 강하다.도큐건설기술연구소 도키다 사몬(常田左門)소장은 지금까지 진도 4정도의지진은 전혀 감지되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도큐건설은 東京 수도권과 밀화 대책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진짜 사람이 사는 지하도시를 건설,실용화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같은 지하도시의 건설비다.도키다 소장은 평방m당 건설비는 10만엔으로 가로.세로 각1m,높이 8m정도의 지하공간을 만들려면 약 80만엔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긴자라면 몰라도 다른 지역은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또 지하공간도 지상 소유주의 소유권이 인정되고 있어 소유권에 관한 법률문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는『그러나 21세기가 되면 이같은 지하도시가 반드시 필요할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도키다 소장은 핵전쟁등에 대비한 군사용이 아니냐는 질문에『일본은 군사대국을 결코 지향하지 않을 것이므로 군사용 개발이라면수요가 없어 실패할 것』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그는 특히 정부의 연구자금지원이 한푼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말 해준다고 강조했다. 도큐건설이 앞으로 이를 무엇에 쓸지는 모른다.다만 랭킹10위 정도의 건설회사가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가며 자칫 무용지물로 끝날수도 있는,다분히 실험적인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사실이 주목된다.
[東京=李錫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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