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끝나자 은신 “끝”/윤석민씨 왜 자진출두 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비자금 53억 횡령등 혐의로 4년간 도피/처벌 면하고 회사 되찾을 속셈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수배를 받아오던 전 대한선주 회장 윤석민씨(57)가 돌연 검찰에 자진출두한 배경을 둘러싸고 두갈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자신에게 걸려있는 혐의의 공소시효가 모두 지났다고 판단해 법적으로 「면죄부」를 얻기 위한 것과,87년 대한선주가 한진해운에 인수된 근거가 됐던 「해운합리화 조치」를 위헌이라며 90년 8월 제출해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헌법소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89년 8월부터 검찰의 수배를 받아온 윤씨의 혐의는 비자금 53억원을 만들어 가로챈 것(횡령)과 1백18억원어치의 외화를 해외에 빼돌린 것(외환관리법 위반) 등 두가지. 이 가운데 외환관리법 위반부분은 이미 올 6월로 공소시효(7년)가 만료됐다.
문제는 윤씨의 비자금 횡령 부분.
53억원중 횡령 액수가 50억원을 넘을 경우 특정경제법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횡령시점부터 10년뒤인 96년까지 법망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윤씨는 검찰에서 공소시효를 의식,『비자금 가운데 내가 조성한 것은 23억원뿐』이라고 진술했다.
결국 윤씨는 공소시효가 끝난 뒤 검찰에 출두해 처벌도 피하고 검찰수사 기록에 대한선주 강제인수 과정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남겨 이를 헌법재판소의 대한선주 강제인수 위헌심판사건 심리에 제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따라 윤씨는 앞으로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기기 위해 공개적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씨가 계룡산·속리산·강원도 일대를 6개월 간격으로 옮겨다니며 도피생활을 하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국제그룹 양정모씨가 헌법소원에서 승소한데서 회사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그동안 경찰의 눈을 피해 1년에 3∼4차례씩 상경,친척집이나 여관에 머물며 변호인들과 회사 측근들을 만나 헌법소원 등 소송관계를 상의해 왔던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밝혀졌다. 한편 검찰은 대한선주를 한진해운에 넘기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윤씨에 의해 피소된 정인용 당시 재무장관(59)에 대해서도 소환조사할 방침이지만 윤씨의 주장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어 정씨도 처벌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김영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