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TK정서론의 저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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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TK정서」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는 것은 연유야 어찌됐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이 말은 특히 최근들어 힘을 합해 한번잘해보자는,그야말로 未來지향의 생산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보다는오히려 특정지역의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표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게다가 그같은 정서가 일시적 서운함을 나타내는 정도를 넘어 現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나 자칫 지역 갈등의 구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가슴 꽉 막히는 답답한 심 정마저 든다.
아닌게 아니라 작금 이어져왔던 현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런 기분이 들게 된 측면이 없지도 않다.새정부출범 이후 개혁과 司正 과정에서 TK인사들이 특히 많이 도마위에 올랐던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때문에 TK쪽에서 그같은 정서 를 갖게 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물론 지난날 TK인사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리던 시절이 있었고「좋은」자리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계기가 많았던데다 과오가 있으면 상응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지역에서 느끼는 정서는 그 점에 대해서도 형평 성의 문제등을 제기하며 쉽게 납득하지 않는 것 같다.특히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의「역할」과 관련한 TK쪽의 심정적 불만과 실망감은 대단해 보인다.
이런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선거 직전 그 지역의 술좌석에서『샘(三)이가』-『남이가』라는건배 구호가 나돌며 바람이 일어나 YS에게 몰표가 쏟아졌는데 그 뒤끝이 이럴 수가 있느냐는 이야기였다.그래서 요즘은『몰랐나』-『몰랐데이』라는 새로운 건배 구호가 나타났다 고 했다.
건배 구호 쯤이야 好事家들의 재담정도로 치부해버리고 넘어가면그뿐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그리 간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급기야 엊그제 국회 내무위의 大邱市 국정감사장에서까지「TK정서와 그 치유책」이 거론되기에 이른 사실이 예삿일로 보이지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그같은 정서나 건배 구호가 과연 정당하고 당당한 것인지를 차치하고 생각해봐도 그렇다.
이같은 일련의 현상들을 놓고 일각에서는『「표적司正」으로 그렇게 많은 TK사람들이 자리를 잃고 다쳤는데 어찌 그런 기분이 안들겠느냐』고 공감을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그런가하면 또다른 일각에서는『좋았던 시절 누렸던 選民의식 때 문일 것』이라며『獨食체제의 변화에서 비롯된 상대적 상실감일 것』이라고 냉혹한 진단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은 이게 다 사람과 자리의 이야기들이다.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함께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이 文民시대에 더이상 지역이니 파벌이니 하는 문제가 거론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먼저 집권수뇌부가 그러도록 해야 한다.그리고 그 문제는 대통령도 지적한「人事는 萬事」로 풀어야 한다.그 기준은 다름아닌「균등한 기회와 형평성의 보장」이다.罰을 줄때도 마찬가지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공정한 기회 보장이 결과의 균등보장일 수는 없다.지난해말 장군진급 심사때 육군에서는 이례적으로 같은 수의嶺.湖南출신 대령들을 준장으로 승진시켰다.유능한 장군재목을 고르다보니 어쩌다 그리됐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었다 면 이 역시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다.설사 그동안 소외당했던 湖南에 대한 배려였다 해도 그것은 호남쪽 사람들에게도 결코 떳떳한 일일 수없다.그게 다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結果의 균등」돼선 곤란 나라를 위해 일할 유능한 사람을 私心이나 의혹없이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저울로 달아 뽑으면 된다.따라서 요즘 膾炙되고 있는「가급적 TK배제」니「가급적 PK발탁」이니 하는 얘기 모두 결코 올바른 잣대일 수 없다.國監에서 지적된 낙하산 인사가 지탄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날 人事의 폐해는 바로 능력유무와 관계없이 지역.파벌이 중시되는 풍토에서 비롯됐음을 거듭 되새길 필요가 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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