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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권력의 주변에 사람이 들끓는 현상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다. 특히 권부에 큰 변동이 생기거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되는 경우 그와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그것은 권력에 대한 조건없는 복종을 의미하기도 하지만,다른 한쪽으로는 그 권력에 편승해 보겠다는 은밀한 혹은 공공연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권력에 몰려드는 사람들 가운데는 물론 유능한 사람도 끼어 있을 수 있으므로 권력자의 눈에 들기만 하면 뜻밖에 중용되는 행운을 붙잡기도 한다.
그러나 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던 사람에게 요직을 맡기는 경우 그가 아무리 적임자라 하더라도 국민들은 우선 나쁜 선입감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경험의 문제와 전문성의 문제가 당연히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혹의 시선 속에는 혹 새로운 권력자의 논공행상식 의도가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들이 들어있게 마련인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런 식의 인사는 대개 실패로 끝났고,경우에 따라서는 온갖 후유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선조 중기의 당정이나 토화들이 그 내막을 살펴보면 대개 권력의 추종자들 가운데서 발탁한 인사가 불씨를 이루고 있음이 좋은 예에 속한다. 그것은 성호 이익은 붕당의 원인으로 보면서 「관원소이응조다」(벼슬자리는 적은데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라고 표현했다.
자리는 적고 사람은 많으므로 좋은 자리에서 이유없이 밀려난 사람이거나,당연히 자기가 차지해야할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권력에 대해 불만을 품거나 권력을 원망하게 되어 새로운 파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무나 함부로 벼슬에 오르지 못하게 하고,공정한 성적평가로 무능한 자를 도태하며,적임자는 구임시켜 부정을 막아야 한다』고 갈파했다.
경험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역대 정권치하에서 심심찮게 논란을 빚더니 5일의 국감에서 한 야당의원이 정부 산하단체의 이사급 이상 20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해 다시금 불씨가 되고 있다. 그 주장이 옳다면 취임초 「인사는 만사」라던 대통령의 공언에 크게 흠집이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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