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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단계 접어든 슬롯머신 공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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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박철언·이건개씨 유죄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박·이 무죄주장… 검찰 “자신있다” 논고문 작성
국회의원·고검장·전직 경찰청장 등 거물들이 한꺼번에 관련돼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슬롯머신 사건 1심 재판이 피의자의 구속기간 만료일이 다가옴에 따라 서서히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기소된 관련피고인 13명중 아직 선고가 끝나지 않은 피고인은 정덕진·덕일형제와 박철언 국민당의원·이건개 전 고검장·이인섭 전 경찰청장 등 5명. 이 사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들 5명은 그동안 치열한 유무죄공방을 벌이며 재판을 끌어왔지만 11월중 대부분 구속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곧 법의 심판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철언피고인 재판은 홍성애여인을 제외하고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이 끝난 상태여서 변호인측의 사실확인이 끝나는 10월중 결심공판이 진행될 예정. 박 피고인 담당재판부는 5일 열린 6차공판때 변호인측 증인 3명에 대한 신문을 끝내고 구속만기인 다음달 21일전 선고를 하기 위해 홍 여인의 귀국 여부에 상관없이 결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재판부는 홍 여인이 체류했던 미국 뉴저지주와 뉴욕시 두군데 주소로 출두요구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 회신조차 없어 수수께끼의 한 매듭을 쥐고있는 홍 여인의 증언이 빠진채 재판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변호인들은 박 피고인이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측은 완벽한 정황증거를 내세워 공소유지를 확신하고 있다.
검찰은 이건개피고인에 대해선 7일,정덕일피고인은 22일 결심공판에서 구형할 예정으로 논고문작성에 들어간 상태다.
이 피고인에 대한 공판은 돈을 주고받은 사실관계를 따지는 박철언피고인의 경우와는 달리 일단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이 돈의 성격을 차용금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차용금과 뇌물간의 경계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피고인의 변호인측은 ▲이 피고인이 차용증을 써주었고 ▲서초동 롯데빌리지를 팔아 변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며 ▲돈을 받은 시점이 슬롯머신 단속과는 무관한 법무연수원 재직시라는 점 등을 들어 무죄라는 주장을 펴왔다.
경찰역시 기소단계부터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는 특가법 적용을 피하려는 의도 때문인지 형법상의 뇌물수수죄를 예비 청구해 놓은 상태여서 이 피고인이 받은 5억4천여만원이 차용금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즉 법원측이 검찰의 예비적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차용금에 대한 이자를 물지않은 책임만 물어 특가법보다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은 형법상의 뇌물수수죄(5년이하의 징역)를 적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야법조계는 이 피고인에게 특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1억1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천기호피고인이나 정덕진씨로부터 2억2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징역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엄삼탁피고인 등의 경우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어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뒤늦게 불구속기소돼 뇌물공여 사실을 진술한 대가로 검찰이 「봐주기수사」를 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정덕일피고인에 대한 재판결과도 마찬가지로 주목되고 있다.
정 피고인은 관련공무원들에게 「떡값」을 준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슬롯머신업자 양경선피고인이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충희피고인의 선례에 비추어 볼때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실한데다 세금 8억원을 포탈한 혐의(특가법)까지 적용될 경우 법정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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