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유혈승리… 보수파 항복/러시아 사태/의사당공격 수백명 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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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루츠코이·하스불라토프 체포/보수단체 활동금지… 대숙청 예고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4일 탱크를 동원,보수파들이 저항하고 있던 최고회의(의회) 의사당에 대한 전면공격을 가해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과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 등을 체포,수감함으로써 3일부터 시작된 최고회의 지지 무장시위대들에 의한 소요를 완전히 제압했다. 이로써 옐친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의회해산 긴급포고령을 발표한 이후 2주간 계속된 보혁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관계기사 3,6,7면>
정부군의 의사당 공격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사망자 수십명을 포함,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3∼4일 이틀간 사망자는 1백명을 넘는 것으로 보도됐으나 정확한 사상자 집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또 모스크바 시내 일원에 통금을 실시하는 한편 구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 등 보수파를 지지해온 신문의 발행을 중지시키고 「구국전선」 「장교연합」 등 보수파 정치단체의 활동도 금지함으로써 유혈사태의 신속한 수습과 정국장악에 나섰다.
옐친 정부는 시청점령 등 보수파의 조직적인 시위를 주동한 인물들을 색출,처벌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따라 대규모 검거사태도 예상된다.
모스크바 시내는 대부분 정상을 되찾았으나 최고회의 의사당 주변과 몇몇 지역에서 소수의 무장시위대들이 정부군과 간헐적인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최고회의에 대한 정부군 공격은 이날 오전 7시쯤부터 시작돼 12시간 정도 게속됐다.
정부군은 오전 7시 장갑차 30여대를 동원,최고회의를 포위하고 기관총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으며 곧 M­72 탱크 10대가 포격을 시작했다. 공격시작 2시간만에 특수부대가 의사당 안으로 진입,건물 일부를 장악한 직후 저항세력 일부가 투항했다.
최고회의측은 자동화기와 화염병으로 맞섰으나 역부족이었으며 오후 4시50분쯤 백기를 들거나 머리에 손을 얹은 최고회의 대의원들과 지지자들 대부분이 의사당 밖으로 걸어 나옴으로써 상황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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