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난동 왜 일어나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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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마장 난동을 보면서 이 사회 밑바탕을 흐르는 사회심리가 과연 어떠한 가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우선 어째서 최근들어 경마장에 이렇듯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나를 생각해본다. 특히 지난 8월부터 개인마주제가 도입되면서 유례없는 인파가 휴일 경마장을 메우고 있다. 입장표를 사기 위해 새벽에 경마장 가는 길이 메어지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난동 당일에도 장외인파까지 합쳐 6만여명이 경마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개인 마주제의 도입과 함께 경마가 건강한 레저로 승부조작이 사라졌다는 인식과 함께 슬롯머신 사건이후 합법적 도박을 즐기는 수요가 경마장쪽으로 몰려든게 원인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경마장이 지니는 레저와 도박이라는 두 요인중 도박이라는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해 과천경마장이 더욱 붐비게 되었다는 설명이 현실감을 갖는다. 놀이자체의 재미보다는 도박에 더 열중하는 사회풍조란 분석이 나올 수 있다.
산업화사회에서 경마와 같은 놀이는 충분히 권장할만한 놀이다. 그러나 여기엔 분명한 전제가 있다. 모든 놀이문화가 그러하듯 놀이에는 반드시 놀이의 규칙과 원칙을 지키는 질서가 준수돼야 한다. 경마장의 규칙과 원칙을 알아야 경마를 관람하는 재미가 생겨나고 달리는 말에 승부를 걸고 자신의 승부를 위해 격려하고 환호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다.
놀이의 재미와 생명이 게임의 룰과 원칙을 지키는 질서에 있기에 이 사회라는 조직도 놀이의 틀속에서 움지이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결국 경마장에서 난동을 벌인 2천5백만여 사람들은 자신들의 승부와 이득만을 생각했지 경마의 본질과 재미를 찾는 순수한 놀이꾼들은 아니었다.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의 규칙과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민주적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선 방화와 폭력을 서슴지 않는 도박꾼의 사회심리가 만연하고 있다. 승부의 조작가능성이 있었다고 해도 항의방식이 방화나 폭력일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거리에서 흔하게 접하는 폭주와 질주차량들,약간의 접촉사고를 내고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도심교통을 혼잡으로 몰고가는 사태가 빈번하다. 작게는 거리 교통에서부터 크게는 한­약 싸움이나 쓰레기소각장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까지 이 모두가 경마장에서 생겨난 난동과 조금도 다를바 없는 우리 모두의 작은 이기심 때문이다. 작은 이익을 탐하고 그 욕구를 억제하기 못하는 조급함이 이 사회를 너그러움과 질서가 없는 삭막한 무질서의 사회로 몰고 가는 「한국병」의 요인이 되고 있다.
자신만의 작은 이익을 챙기는 사회가 아니라 큰 이익을 생각하고 공동선을 위해 사회의 주류가 움직이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도 경마장의 놀이문화부터 우리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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