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훈련소가 달라졌다-교육.내무생활 점수로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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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論山=安成奎기자]논산훈련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악과 깡으로」단련시켜야 한다는 구실아래 기합으로 시작해 기합으로 끝나던 전투훈련, 훈련병들이 괴로워하던 밤의 공포들이 사라지고 있다.
일제의 유산이던 선착순,「빰빠라」(속옷차림으로 연병장에 집합하는 것),원산폭격,쪼그려뛰기등 「논산」을 한으로 만들던 30~40대들이 기억하는 용어들도 이제는 옛말이 되고 있다.
예전과 달리 특수병과들만이 훈련받고 있는 이 훈련소의 훈련병들도 시간때우기식이 아닌 진지하게 훈련을 받고 있다.
기합대신 모든 교육. 내무생활이 점수제로 평가되어 병과와 배치부대가 결정되도록 하는 제도가 실시되면서 나타난 새 풍속도다. 22일 오후 3시 논산훈련소 조준사격훈련장.
25연대 3대대 9중대 1백80여명이 동전을 총신에 얹어 격발하는 사격자세를 익히고 있었다.
「피가 나고 알이 배기고 이가 갈린다」는 PRI훈련(사격자세훈련)을 반복해 훈련병을 괴롭히고 훈련병도 요령껏 소리만 질렀던 과거 모습은 찾아볼수 없다.
교관및 조교 20여명이 훈련병들을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14개항목에 대해 개개인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에 따라 훈련병들의 사격훈련과정 합격여부가 결정되고 합격판정을 받아야 다음 훈련단계로 넘어간다.
불합격판정을 받은 훈련병은 따로 자유시간에 조교의 1대1 개인교습을 받아야 하고 그래도 안되면 병과가 바뀌거나 전방에 배치되는등 불이익을 받는다.
훈련병들이 열심히 하지 않을수 없어 불이익받는 훈련병이 거의없어지고 있다고 훈련소측은 말한다.
각종 기합으로 두려웠던 밤의 분위기도「편안한 밤」으로 변했다. 30~40대면 대개 자유시간을 잡아먹던「줄빠따」(몽둥이 구타의 일종),침상정렬,팬텀타기(철모위에 배를 얹고 날아가는 듯한 자세를 잡는 것),깍지(두손을 깍지끼고 엎드려 뻗치는 것),쥐잡기(30㎝정도 높이의 침상밑으로 소대전체가 들 어가는 것),머리박기등의 기합을 기억한다.
이들 기합대신 훈련병들은 오후7~9시 2시간동안 바둑.장기.
TV시청.편지쓰기등 저마다 자유시간을 보낸다.
훈련소측은 교관이나 조교들의 자유시간 간섭을 없애는 대신 훈련병들 스스로 질서를 지키도록 내무생활 상벌제를 실시하고 있다. 폭력행위.말다툼 5점,저속언어사용 3점,복장불량.식사군기문란 각 2점등 66항목의 감점기준이 있어 훈련기간 3주에 벌점40을 받으면 훈련에서와 똑같은 불이익을 받는다.
이때문에 내무반생활은 예전보다 훨씬 문명화되었다.
그래도 밤이면 이 벌점을 보충하기 위해 자유시간을 박탈당하고연병장에서 한시간씩 경례나 보행훈련. 제식동작등 보충학습을 받는 훈련병이 하루평균 1천5백여명(전체 훈련병의 8%)이나 된다. 사소한 기합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개인합격제와 내무생활 상벌제 도입으로 교관.조교들은 수첩.펜만 들고 있어도훈련병들이 스스로 정신을 차리게 돼 훈련이 효율적이 됐다고 신병교육담당인 姜原模소령(삼사 15기)은 말했다.
李泰雨소장(갑종 1백57기)은『지난5월 구타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을 소원수리를 통해 확인한뒤 점수경쟁을 통해 살아온 신세대의 특성을 감안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며『실시한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훈련병 의 각종 사고가 현저하게 감소했고 이곳 출신 훈련병들이 배치된 부대 지휘관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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