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KBS FM '김장훈의 뮤직쇼' 진행하는 김장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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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3월 정도에 귀국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KBS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겠느냐고 연락이 와서 정말 고마웠어요."

가수 김장훈이 9개월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KBS 쿨 FM(89.1㎒) '김장훈의 뮤직쇼'(오후 2~4시)에서 진행자를 맡아 새해 1일부터 매일 마이크를 잡고 있다.

2002년 공연 도중 갑작스런 사고로 어깨를 심하게 다치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지난해 3월에는 홀연히 미국으로 공연 연출을 공부하겠다며 떠났다. 샌타모니카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한 초기에는 무척이나 괴로운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무대를 떠났다는 사실에 미치는 줄 알았어요. 병원에 가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어요. 의사가 '무대 중독증'이라고 하더군요."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나이트클럽에서 아르바이트 해 번 돈으로 생활비와 학비를 충당했다. 미국인 친구의 집에 얹혀 살면서 침대가 없어 소파에서 잠을 잤다. 끼니는 대개 싸구려 김밥으로 해결했다. "한번 바닥까지 내려가보고 싶었어요. 교통비를 아끼려고 걸어다니기도 했어요."

김장훈이 라디오 방송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7년 CBS FM의 심야 청소년 프로그램인 '김장훈의 우리들'을 1년간 진행하기도 했다. 라디오 진행자로서 김장훈이 가진 매력은 돌발적인 발언이나 방송에서 웬만해선 쓰지 않는 비속어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섹스라는 말을 방송에서 쓰면 왜 안 되나요. 야동(야한 동영상)이란 말도 마찬가지예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모 여고 앞에서 분식집 DJ를 했어요. 지금도 분식집에서 DJ하던 기분으로 하고 있어요."

노래 중간에 끼어드는 일도 자주 있다. 이제는 추억의 팝송이 된 립스 잉크의 '펑키 타운'이 흘러나오면 어느새 마이크에선 "연탄불 꺼져 번개탄!"이란 멘트가 튀어나온다. "1970~80년대 이 노래를 들었던 사람들은 노래 제목은 몰라도 '연탄불…'하는 말에는 향수를 갖고 있지요"라는 설명이다.

9개월 만에 팬들 앞에 다시 선 그는 각오가 남다르다. "따뜻하고 힘이 되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내가 있음으로써 단 몇명에게라도 기쁨을 줬으면 좋겠어요."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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