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대행사 목청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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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분양가는 깎고, 수수료는 올려줘야 일 합니다."요즘 업계에서 잘 나간다는 분양대행사들이 사업 주체인 시행사나 건설회사에 내거는 조건이다. 종전 같으면 분양대행권을 따내기 위해 시행사 등에 잘 보이려고 애썼겠지만 최근 분양시장이 어려워지자 분양대행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분양대행사는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대행을 거절했다. 시행사에 분양가를 평당 1천5백50만원으로 낮출 것을 권유했지만 시행사가 평당 1천7백만원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사장은 "요즘 같은 때 가격이 비싸면 팔 수 없기 때문에 떠맡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분양 실패 가능성이 커지면서 분양대행 수수료도 상승세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일반아파트 분양 수수료는 종전까지 매출의 0.3%에서 최근에 0.5~0.8%선까지 올라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파트보다 팔기 어려운 오피스텔의 대행 수수료는 보통 1천억원 미만의 사업장은 매출액의 2~2.5%, 1천억원 이상은 1.5~1.8%선이었지만 요즘엔 3~4%까지 뛰었다. B사는 최근 부천의 한 오피스텔 분양 대행 조건으로 매출의 3.5%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시행사나 건설회사는 분양대행 수수료를 올려 주는 대신 '두달 이내 70% 이상 분양 못하면 수수료의 일부 혹은 전부를 받을 수 없다'등의 조건을 달고 있다.

이에 따라 실력이 없는 분양대행사들이 자연스레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서울.수도권에 2백여개의 분양대행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C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인지도 없는 회사는 먹고 살기 위해 다른 회사가 손 뗀 것을 넘겨받거나 덤핑 수주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해 쓰러지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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