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가는길은 경쟁력 제고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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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일보 창간 28주년에 즈음한 목표제시와 다짐
지금 세계는 이념과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우리나라를 선진국대열에 진입시켜야 할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다.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경제구조와 산업의 고도화가 이룩된 고소득국,그것이 가능하도록 제도·국민의식·사회시설기반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진국 대열에 오르자면 격변하는 시대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켜 빠른 속도로 국가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후진국으로부터 중진국에 이르는 과정에서 세계가 경탄할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후진국에서 중진국이 되는 것과 중진국에서 선진국이 되는데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것에 더해 의식과 창의력 및 제도면에서 질적인 변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한차원 끌어올려야 한다. 이렇게 우리가 해야할 일은 많고 갈 길은 험난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 모두가 인식하다시피 지난 5년간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약화일로를 걷고 있다. 냉전체제의 붕괴에 이은 대국의 경제패권주의와 블록화 현상,그리고 저임을 무기로한 후발국들의 추격은 우리 경제를 앞과 옆과 뒤에서 압박하고 있다. 거기에 지난 수년간 국내의 흐트러진 분위기가 겹쳐 상황을 악화시켰다. 「승천하던 용이 지렁이로 전락했다」느니,「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느니 하는 얘기를 듣게 됐다.
올들어 우리는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러나 새 정부의 7개월간은 국가경쟁력 제고란 면에서 별로 긍정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가경쟁력의 중심과제는 물론 경제다. 그렇다고 그것에만 국한되는건 아니고 정치의 국제경쟁력,행정의 국제경쟁력,교육의 국제경쟁력도 중요하다. 정치·행정·교육의 경쟁격이 떨어지면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키우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발목을 잡는 질곡이 된다.
새 정부 출범후의 개혁·사정 활동은 부패구조를 깨고 경제의 행정규제를 완화시켜 장기적으로 정치·행정,나아가 경제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 부패구조에 오염된 국민의식을 교정·변화시키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본다.
그러나 당장은 사정위주의 개혁,과거 징벌위주의 사정,불가측적인 정책전개로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관심이 경제활성화에 집중될 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오히려 공무원들의 사기저하 및 무소신과 겹쳐 활성화는 커녕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조짐마저 없지 않다.
21세기에 선진국 도약을 위한 국가경쟁력 제고가 이 시대의 가장 중심과제인 이상 의욕적으로 진행중인 개혁작업도 지금까지 경쟁력을 저해해온 나쁜 형태·의식·제도를 고쳐나가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혹시라도 개혁을 위한 개혁,사정을 위한 사정으로 경제주체들의 일 할 의욕,돈 벌 의욕,저축할 의욕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는지,자율과 창의를 북돋운다면서 혹시 거꾸로 가는 일은 없는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는데 국민·기업·정부가 바른 방향을 잡고 열심히 일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이렇게 바른 방향으로 국가적 에너지를 모으려면 이 시점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논리,투철한 자유민주주의적 사고,의식의 국제화,교육의 개혁이다.
앞으로 우리는 국경없는 세계시장 경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세계시장에선 오직 비교우위에 있는 부문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부문을 확대하자면 경쟁력과 관계되는 모든 요인을 국제기준에서 경제논리로 판단해야 한다. 국가의 정책·규정·지원의 적정성과 금리·임금 등 모든 생산요소의 가격은 국제경쟁력이란 기준에서 평가되고 국제기준에 맞춰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글로벌체제에 필요한 의식의 국제화와 창의성을 효과적을 키우는데는 교육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지금의 우리 교육이 과연 그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과감한 개혁과 투자가 시급한 부문이 바로 교육이다.
또 그동안 우리사회에 민주화가 진척되었다고는 하나 요즘 이상기류가 눈에 띄고 있다. 정치인들이 덜미잡혀 조심하는 듯한 분위기,앞에선 덕담이나 하고 뒷구석에서 냉소하고 방관하는 풍조가 바로 그것이다. 일부에서 말하듯이 「신권위주의의 대두」라고까지 할 것은 없겠으나 걱정스러운 조짐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를 일신하고 정치인과 국민이 건전한 비판과 대안제시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보다 바른 방향으로 국민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22일로 창간 28주년을 맞는 중앙일보는 우리나라의 선진국 도약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당면 목표로 설정하고 국가의 나아갈 방향과 정책제시에 부단히 노력할 작정이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사키고 철저한 취재와 연구,정확한 보도,공정한 논평을 통해 신문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나갈 것을 독자 앞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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