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간다>71.러시아 바이칼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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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바이칼호로 가는 길은 서울에서 주1회 있는 하바로프스크행 아에로플로트를 타고 하바로프스크로 가 다시 이르쿠츠크로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왕복 1천1백달러 정도).그러나 항공기 연결은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을 주의해야한다.
바이칼호가 내려다보이는 인투어리스트 호텔이 1박에 1백10달러고 이르쿠츠크시내의 호텔은 1박이 70달러며 호텔식사는 괜찮으나 싸지는 않다.서울~북경간 직항로가 개설되면 서울~울란바토르~이르쿠츠크를 잇는 이코투어(ECO-TOUR), 즉 생태계관광이 매우 각광받으리라 생각된다.
소련연방 붕괴후 우리나라도 이제 러시아로 여행을 하는 사람이제법 많아졌다.그러나 러시아 방문의 목적지는 흔히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舊레닌그라드)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등에치우쳐 있다.
필자는 지난 8월16일부터 21일까지 東시베리아의 중심지 바이칼호 주변에서 개최된 동북아 환경협력 심포지엄에 학자.언론인등과 함께 참석하면서「시베리아의 진주」라 불리는 바이칼호를 살펴볼 수 있었다.
몽고의 북쪽에 위치한 바이칼호는 최저 수심이 1천7백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일 뿐더러 세계 담수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몽고의 홉수굴호에서 흘러나오는 셀렝가강을 위시한 1백50개의크고 작은 강이 바이칼호로 흘러들어가고 앙가라강을 통해 북극해로 흘러간다.
초승달 모양의 바이칼호는 길이가 무려 6백35㎞이며 최대 폭은 80㎞이고 북미 5대호 전부의 수량과 맞먹어 담수호중 세계최대 규모를 자랑한다.이곳의 공기는 매우 맑아 호수 맞은편의 산이 아련히 보였고 일몰광경은 특히 장관이었다.
수질은 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호수안에는 올혼섬을 비롯,18개섬이 있으며 무려 2천5백종 이상의 생물이호수에 서식하고 있어「생태계의 寶庫」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너무나 넓어 차라리 바다라고 부르는 것이 알맞을 바이칼호에서 유람선을 탄 우리 일행은 바가지로 퍼올린 바이칼호의 물을 그대로 마셨다.일행중 몇몇은 맑은 물의 유혹을 떨칠 수 없어 팬티바람으로 수영을 하기도 했다.
***물 그냥 마실정도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40도까지 내려가호수가 얼어붙게 되는데 그곳 사람들은 톱으로 호수의 얼음을 잘라 집으로 가져가 녹여 식수로 사용한다고한다.심포지엄에 참석했던 한 러시아 부인은 바이칼호에 와 몸에 물을 적시지않고 돌아가면 바이 칼호 신이 화를 낸다며 투명하고 차가운 물에 허벅지까지 잠가보였다.
러시아 사람들은 바이칼호에 대해 일종의 경외심을 갖고 있는데그 넓은 호수의 하늘과 수면이 맞닿는 곳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맞은편 산을 보면서 대자연의 엄숙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바이칼호에서는 오무르라고 부르는 민물고기가 많이 잡히는데 잡은후 이틀동안 소금에 절여 그대로 먹는다.특히 빵.토마토와 함께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오무르요리 일품 과거에는 민물 철갑상어가 많이 잡혔는데남획으로 인해 지금은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이러한 바이칼호도 환경오염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날 소련이 호수의 남쪽에 세운 펄프공장에서 폐수가 나와 남쪽의 수역은 오염되어있다.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공무원과 지역주민들은 오염이 없는 산업체를 유치하는대로펄프공장은 폐쇄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호수외 에도 바이칼호부근에는 볼거리가 상당히 많았다.앙가라강 입구의 호숫가에 바이칼호의 생태박물관이 있는데 반드시 구경할 가치가 있다.
바로 부근에 시베리아 통나무 민속촌이 있으며 또한 오래된 러시아 정교 교회가 있다.
***農家창문 꽃장식 관광객의 내방에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기도하는 나이 많은 부인들은 지난날 공산치하에서 어떤 생활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근의 농가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는데 그곳 특유의 예쁜 창문 장식과 창가에 차려놓은 꽃이 인상적이었다.호수주변은 거대한 한대림 숲으로 바이칼호의 생태계를 지켜주고 있다.이르쿠츠크시는 인구가 70만명정도 되고 앙가라강변의 광장과 전몰 용사를 기념하는 꺼지지 않는 횃불이 인상적이었다.
이르쿠츠크시는 러시아의 다른 도시에 비해 비교적 경제생활이 안정되어 있고 주민들의 표정도 밝았으며 토산품과 그림을 여기저기에서 팔고 있었는데 우리 주위에서도 사라져가고 있는 순박하고선량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상돈〈中央大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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