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행정조정실장 어떤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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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부청사의 새벽 청소가 끝나기도 전에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이있다. 일반인들은 귀에 익지 않은 자리인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이하 行調室長)이다.
金時衡실장은 매일 오전7시15분이면 자리에 앉아 총리에게 보고할 내용을 챙긴다.金실장이 챙기는 것은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한의사-약사분쟁에서부터 남북대화,금융실명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행정」사항은 모두 포괄하 는 것이다.
최근 행정조정실이란 낯선 이름을 일반인들의 입에도 오르내리게 만든 공직자 肅正도 여기서 맡고 있다.
이처럼 全분야를 망라해 행정분야에 관한 국무총리의 기능을 받쳐주는 종합조정 기능을 하는 것이 행정조정실이다.그러다 보니 行調室長은 고참 차관급으로 임명되고 있다.정부내 회의는 물론 黨政회의에도 빠지는 일이 별로 없다.더군다나 행정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단일 부처에서 처리하는 일보다는 부처간 협조와 조정을필요로 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행조실장의 역할은 늘어만 간다.
金실장은 오전 8시15분이면 조정관회의를 연다.외교.안보와 일반행정을 담당하는 제1조정관,경제분야를 맡은 제2조정관,지방자치와 사회복지분야를 맡은 제3조정관,내각 사정을 맡은 제4조정관등이 그들이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오전 8시 총리가 직접 회의를 주재한다.매일 2~3명의 장관이 총리에게 보고하는 것을 미리 준비하고 배석한다.수시로 열리는 환경보전위원회같이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각종 위원회와 제주도종합개발 지원위원회같 이 행조실장자신이 위원장인 위원회등에 참석해야 한다.행정쇄신위원회의 실무위원장을 맡아 지휘하고,실무회의.운영회의.전체회의등에 계속 참석한다.총리의 청와대 주례 보고도 준비해야 한다.
『취임후 가장 힘을 기울인 것이 역시 행정쇄신위원회지요.저녁을 걸러가며 회의를 하는 일이 허다하고 이번 주에도 오후 9시30분까지 계속됐지만 언론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金실장은 제도개혁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행정조정실을 간과하고 있는 언론에 불만이 많다.그러면서도 개혁작업의 현장조정자로서 의욕은 넘친다.
이런 바쁜 일정에 쫓겨 지난 90년 安致淳실장은 책상에서 전화로 총리에게 보고하다 쓰러져 순직하기도 했다.때문에 건강이 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첫째 조건으로 꼽히고 있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은 리더십이다.총리를 대신해 행정부처들이 하는 일을 챙기고,부처간의 이해를 조정하려면 세찬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그러나 총리실에는 청와대같이 인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경제기 획원의 예산조정권을 닮은 무기도 없다.그러니 불분명한 총리의 통솔력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이 총리의 힘이 행조실장의 능력에 그대로 반영되는 일이 많다.또 순전히 관료로서의 개인적인 역량을 발휘하는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安致淳실장이 순직한 직후 행조실장과 국무총리비서실장을 합쳐 장관급 내지 수석차관인 국무조정실장으로 바뀔뻔한 적도 있다.
그러나 행정조정실은 총리를 보좌할뿐 독립기구가 아니어서 장관급은 곤란하다는 것과 차관이 아닌 차관급이 수석차관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는등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운 반대에 부딪쳐 유야무야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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