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공산당 제1당 유력/폴란드 오늘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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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장경제 혼조가 국민불만 불러/중도우파 고전… 좌파연정 가능성
19일 실시되는 폴란드 총선에서 구 공산당의 후신이 제1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예상돼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시장경제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은 불과 3∼4년전 민의에 의해 무너진 공산당을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인가,폴란드에서 공산당이 재기에 성공할 경우 이를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하며 사정이 비슷한 구 소련 및 동유럽 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이 관심의 초점이다.
지금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번 총선에서 구 공산당의 후신인 사민당(SDRP)과 여타 군소정당의 연합체인 민주좌파연합(SLD)이 15∼19%의 지지율로 1위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좌파 농민당이 10∼13.5%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자유노조에서 파생된 정당으로 한나 수호츠카 현 총리가 소속한 우파 민주동맹(UD)은 10% 안팎의 지지로 3위에 그치고 있다. 현 중도 우파연정에서 시장경제화와 EC가입을 가장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자민당(KLD)은 아예 지지율이 5%에도 못미쳐 원외로 밀려날 판이다. 지난 91년 총선에서는 민주동맹이 12.3%(62석),민주좌파연합이 12.0%(60석)로 1,2위를 차지했고 농민당은 가톨릭 선거운동당(WAK,8.7%,49석)에 이어 4위(8.7%,48석)를 차지했었다.
이처럼 집권 중도우파 정당들이 고전하고 있는 반면 구 공산당이나 좌파 정당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파생되는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폴란드경제는 민주화이후 과감한 개혁으로 이제 성장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 4%는 동서유럽을 통틀어 최고의 성장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인플레도 90년 5백85.5%,92년 45%에서 올해는 40% 정도로 점차 안정되고 있고 실업률도 15%정도 동유럽국가중에는 괜찮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상의 수치일 뿐 일반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제지수는 이와 거리가 멀다. 실질소득은 오히려 주는데도 지난 7월 도입한 15∼23%의 부가가치세 등으로 세금은 늘고 물가는 뛰고 있으니 좋아할 국민이 없다.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공무원 봉급동결로 현 정부가 지난 5월 의회의 불신임을 받기도했고 의료·연금·교육 등 각종 사회보장지출의 삭감도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여기에 벌써 천민자본주의가 등장,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상대적 빈곤감을 가중시키고 있어 「다같이 못살았지만 그래도 좋았던」 과거에 대해 국민들이 향수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간의 전례로 볼때 폴란드의 여론조사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설사 구 공산당이 제1당이 된다해도 지지율 20% 미만이 거의 확실해 중도우파정당들과 손을 잡아야 연정을 구성할수 있다. 따라서 구 공산시절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며 현재 폴란드가 추진하고 있는 시장경제화는 다소의 보완을 거칠지는 몰라도 계속될 것이라는게 일반적 전망이다.
그러나 폴란드는 물론 사정이 비슷한 체코·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각국에서 공산세력이 다시 득세하고 있는 사실을 가벼이 넘길수는 없다. 시장경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물론 서방세계에도 경종이 되고 있다.
즉 경제난 때문에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국민은 같은 이유에서 자본주의체제제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념보다는 빵이 강한 세상이기 때문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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