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수 부진… 1조7천억 「구멍」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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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비상걸린 국세청/대기업 집중겨냥/자산많은 기업들 중점관리/법인세조사 대상비율 13%서 18%로 높여
올가을은 대기업들에 무척 힘든 철이 될 전망이다. 대기업들을 주로 겨냥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그 어느때보다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올해 세수가 1조5천억∼1조7천억원 가량 구멍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실명제 실시 등으로 가뜩이나 업무부담이 늘어난 국세청으로서는 당장 부족한 세수를 효율적으로 메우기 위해서는 속전속결로 「대어」들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최선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투입되는 인력에 비해 조사실익이 적은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보다는 단위 추징규모가 크게 조세저항도 적은 대기업에 대해 연말까지 집중조사를 별여 부족분을 보충한다는 전략이다. 그 공세는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여러분야에서 다각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50대 그룹 계열사중 20%인 1백60여개 기업이 올해 정기법인세 조사대상에 대거 편입된다. 종전에는 매년 50대 그룹계열사 가운데 14% 정도가 정기법인세 조사를 받아왔으나 세수확보 차원에서 비중을 크게 높이게 된 것이다. 이에따라 이달말까지 선정될 전체 3천8백개 올 정기법인세 조사 대상기업중 대기업의 비율은 작년의 13%에서 올해에는 18%(7백여개) 수준으로 높아진다.
국세청은 또 주요 대그룹의 계열사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조사에 착수,가능한한 연말까지 세금추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법인세조사를 하는데는 통상 2개월이 걸리고,고지 등 절차를 거쳐 추징에 이르는데는 모두 3개월이 걸리므로 연말까지 마무리 한다는 것은 「빠듯하고 힘겨운」 궁여지책인 셈이다.
주로 법인세 신고성실도가 낮은 기업에서 조사대상을 골랐던 종전과 달리 이번의 경우 최근 5년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기업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대기업 구분기준을 외형 1백억원 이상에서 자산 1백억원 이상으로 바꾸고 부동산·유가증권 등 자산이 많은 기업을 중점관리하기로 함에 따라 조사대상 기업의 면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이에따라 50대 그룹계열사중에서 자산과 타법인 출자가 많은 모기업이나 주력기업을 가급적 많이 조사대상에 편입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있다.
세수비상이 걸린 국세청이 또 한가지 신경쓰는 부분은 내달의 부가가치세 하반기분 중간예납. 올해중 마지막 남은 「세수행사」이기 때문이다.
이번 부가세 예납에서도 종전의 백화점식 관리로는 세주증대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고 세무서별로 10여명,지방청별로는 2백여명씩 모두 1천4백여명의 부가세 납부규모가 큰 사업자들을 골라 집중관리에 나섰다. 관리대상에는 건설·도매·서비스업을 하는 대기업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들 대기업의 신고가 접수되면 곧바로 분석에 들어가 실제보다 신고수준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경정조사에 나선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통한 세수는 많아야 전체의 5%밖에 되지 않지만 세수추가 확보에는 이밖에 달리 대안이 없다』면서 『실명제 실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영세사업자들에 대해 세무간섭을 세게 할수 없는 상황이 보니 「한번을 털어도 먼지가 많아나고 세금을 물리면 잘 내는」 대기업 중심의 조사를 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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