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실시이후/야 의원 후원회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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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와주자” 인식확산 참가자·모금액 급증/단순 위상높이기 탈피 새 자금원 가능성
실명제 실시이후 부쩍 늘어난 야당의원들의 후원회 정치자금 모금행사가 실명제 이전보다 훨씬 짭짤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 의원들의 기존 후원회도 실명제이후 한달사이에 회원이 2∼3배 급증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의원들의 어려워진 주머니사정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음이 입증됐다.
이달 들어 후원회행사를 가진 민주당의원들의 평균모금액은 4천만∼5천만원선.
금년 상반기에 유행처럼 치러졌던 후원회행사의 평균모금액이 2천만원에 미달(박계동 1천5백여만원,신계윤 1천8백여만원)됐던 것과 비교할 때 큰 폭의 증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후원회의 밤 행사를 개최했던 제정구의원은 모두 4천5백여만원을 모금,이중 음식대·홍보비 등을 제외한 3천4백여만원을 후원금으로 적립했다. 행사참석자 8백여명중 후원금을 낸 숫자는 4백46명. 이중 10만∼50만원이 1백27명으로 가장 많았고 1만원이하 84명,1만∼3만원 91명,50만원이상 21명으로 소액기탁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2일 후원회행사(한국프레스센터)를 가진 한광옥 최고위원도 1천여명으로부터 4천4백여만원을 모금했는데 『2만∼3만원정도의 후원금 기탁자가 절대다수』여서 큰 손이 줄어든 대신 소액다수화 추세임을 반영했다.
이달초 미 뉴욕시의 한국음식점 「대동면옥」에서 후원회행사를 개최한 박지원대변인도 5만5천달러(4천5백여만원)를 도움받아 경비를 제외한 3천여만원을 정치자금으로 쓸수 있게 됐다.
박 대변인측은 참석교포중 상당수는 미국내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실명제로 정치자금 만들기가 어려워졌을테니 가서 보태쓰라』는 기탁자가 상당수였다고 소개. 임채정의원도 지난 1일의 후원회 행사에서 8백여명으로부터 3천4백여만원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 의원은 『과거 후원회행사를 위상높이기의 정치활동으로만 보던 시각에서 절박한 생존의 문제로 간주하는 인식 변화가 오고 있다』고 달라진 세태를 분석했다.
한편 지난 4월 후원회를 결성한 신계윤의원은 실명제 실시후 한달새 회원수가 80명에서 1백90명으로 크게 늘었고,지난 5월 30명회원으로 단출히 출발했던 조세형 최고위원의 후원회도 최근 1개월여동안 1백여명으로 늘어났다.
야당의원들은 이같은 후원회 모금행사의 짭짤한 재미와 회원수 증가현상에 신바람 난다는 표정이다. 대다수 의원들이 『후원회 활성화는 곧 실명제 조기정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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