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양에선, 회담에 집중 "민간인 방북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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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민들이 11일 폭우로 침수된 평양시 보통강 구역 붉은 거리를 지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북한 전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곳곳이 물난리를 겪었다. 특히 황해북도에서는 곡산군에 7일 411㎜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등 7~9일의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사진=평양 AFP=연합뉴스]


북한이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통제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당장 21일부터 남측 민간 인사의 평양 방문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방침은 이미 남측 관련 단체에 통보됐다.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평양 시내 경비를 강화하고, 돌발 사고 등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또 대남 사업을 담담하는 아태(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민화협 등의 인력을 정상회담에 집중시키려는 취지도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이용선 사무총장은 12일 "23~28일 방북하려 했는데 '21일부터 9월 1일까지는 안 된다'며 일정 변경을 요청해 왔다"고 했다.

11일 천태종의 성지인 영통사를 방문한 뒤 개성을 들른 '영통포럼'의 노정호 사무총장은 "북측 인사들이 '21일부터 3박4일로 예정된 주택건설조합의 평양 방문이 9월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조선불교도연맹.아태.민화협 관계자들의 말이다. 평양 순안공항의 보안 검색도 엄격해졌다. 7일부터 평양에 머물다 11일 떠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홍상영 국장은 "순안공항의 보안 검색이 크게 강화됐다"며 "짐을 다 열어 꼼꼼히 검색하는 바람에 출국 수속에 이전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정상회담의 파장은 개성공단에서도 느껴졌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이임동 부장은 "협의회 사무실 개소식이 23일 공단에서 예정됐으나 북측이 '정상회담 준비 때문'이라며 10월로 연기할 것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공단에서 열리는 모든 단체 행사를 10월로 연기해 달라고 북측이 해당 단체들에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은 남한의 여론 동향 수집에도 신경 쓰고 있다. 노 사무총장은 "북측 관계자들이 '회담에서 경제가 많이 논의될 텐데 경제 전문가로 누가 나오느냐, 특히 에너지 전문가로는 누가 오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북측의 한 관계자가 "남측 인민이 얼마나 찬성하느냐"고 물어 "70% 정도"라고 하자 "왜 100%가 아니냐. 이해할 수 없다"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반응하고 있다. 평양에 다녀온 홍 국장은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민화협 관계자들도 '남북 관계의 진전을 바라지만 당장 통일이 될 듯한 기대가 일었던 1차 회담 때와 같은 반응은 없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주 내내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등 함경남.북도에 머물며 현지지도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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