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에서>제주서 韓日 작가회의 주제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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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사회와 역사의 부단한 발전을 확신하는 「진보」라는 개념이 日本文學에서는 이미 사라졌지만 한국문학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드러났다.문학과 지성사가 주최하는 제2차 韓日작가회의가 8~10일 제주 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지난해 東京회의에 이은 이번 회의에는 한국측 30여명,일본측20여명의 문인이 참석해 「韓日 양국 문학에서의 진보주의 사상의 동향」등을 주제로 주제발표와 토론.작품낭독을 통해 양국 문학의 이해의 폭을 넓혔다.
구리하라 유키오(66.문학평론가)는 「일본에서의 진보적 문학의 변천」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정치적 과제를 문학속으로 끌어들이는 이른바「정치우위문학성」으로서 진보문학은 현재 일본문단에서사라졌다고 밝혔다.
구리하라씨는 1916년 혼마 히사오의 논문「민중예술의 의의및가치」가 발표되면서일본에는 민중예술.노동문학.제4계급 문학 따위의 진보적 문학이 대두됐다고 소개.1925년 일본프롤레타리아문예연맹이 결성되어 본격적 좌익예술운동이 일면서 문화예술인이 봉사해야 될 대상도 민중에서 노동자로,다시 계급의식을 지닌 프롤레타리아가 되고 마지막에는 그 전위인 政黨으로 확대되며 일본문단을 풍미하다 1935년 일본공산당이 무너지면서 자취를 감췄다.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후 한때 고 개를 들었던 좌익문학은 일본의 경제.사회성장으로 70년대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
洪廷善씨(40.문학평론가)는 주제발표「한국의 진보적 문학사상」에서「진보적 문학하면 마르크시즘적이거나 그러한 경향의 현실개혁적 문학」이라는 기존의 편협된 진보문학 개념에서 탈피,『보다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적인 여러 모순과 정직하게 대결하고 해결을 모색해나간 모든 의미있는 문학을 진보문학으로 보자』는 주장을 내놓아 큰 호응을 얻었다.
洪씨는 마르크시즘 유입,천황제 거부등으로 야기된 日本의 진보적 문학과는 달리 한국의 진보적 문학은 왜곡된 한국현대사를 헤쳐나온 문인들이『유교적 전통을 잇는 애국적.지사적 자세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하기도.토론 에서 후마 모토히코(50.작가)의『60년대 대학시절「진보」「진보」하며 좌익운동을 했으나 30대에 접어들며「진보」는 내 삶에서도,작품에서도 사라졌다』는 고백(?)이나 고야마 데쓰로(44.문학평론가)의『한국에서는 지금도「진보」를 외치는 데 도대체 변해야 할「앞날」이 있느냐』는 반문은 일본문단에서 진보적 문학경향이 자취를 감추고 개인주의문학쪽으로만 흐르고 있음을 여실히 반증.
반면 자신을 스스로 보수주의자로 못박은 李文烈씨(45.작가)마저도『「진보」라는 용어조차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며 아직도 고칠 것이 많이 남아있는 우리 사회에서 진보의「앞」은 분명히 있다고 주장해 두나라 문인간의 진보문학을 둘러 싼 뚜렷한 시각차를 보여줬다.
〈李京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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