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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경제파트너 찾기 나들이/미테랑 대통령 서울 왜 오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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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노초청 무산… 바뀐 대한인식 반영/「TGV밀월」 다져 경협강화 디딤돌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이 프랑스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14일 한국을 방문한다. 프랑스 고속철도인 TGV의 한국진출로 그 어느때보다 양국간 협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그의 방한은 한불관계 발전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불수교 1백주년이 되던 지난 86년 프랑스를 방문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지난 89년 방문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모두 미테랑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했지만 이제서야 그가 서울행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에는 TGV가 양국관계에서 갖는 무시못할 무게가 작용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정부의 고속전철 사업자 선정을 얼마 앞두고 그의 방한이 확정됐고,최종계약을 위한 한불간 실무협상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방한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한국에 대한 프랑스의 기본적인 인식변화에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한국은 「파트너로 삼을 만한 나라」라는 인식이 프랑스 대외정책담당자들 사이에 높아지고 있으며,문민정부의 출범은 한국을 새롭게 인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냉전종식과 함께 유럽과 동아시아를 가로막았던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프랑스는 동아시아 진출에 새로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파트너로 삼기에 이미 너무 커졌고,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이지 동반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놀라운 속도로 한국의 경제력이 커짐에 따라 경제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군사정권과 인권 등 민주화 문제가 그동안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이러한 걸림돌이 제거되면서 한국과의 관계강화 주장이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얻게 됐고,그 결과로 나온것이 미테랑 대통령의 방한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프랑스정부의 우선적인 관심사가 경제문제에 있음은 물론이다. 미테랑 대통령을 수행하는 4명의 각료중 알랭 쥐페 외무장관을 제외한 3명의 각료가 경제문제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고,비공식 수행하는 다수 기업인들도 모두 한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에 뜻을 둔 기업인들이다.
정치적으로 프랑스와 특별한 현안이 없는 우리로서는 대프랑스 관계에서 경제협력이 우선적인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프랑스 상품이나 기술의 소비시장으로서가 아니라 합작·기술제휴 등을 통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분야에서 경제협력 파트너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술이전을 전제로 한 TGV도입은 이런 측변에서 좋은 본보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속철도는 프랑스가 내세울만한 여러가지 기술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우주·항공·유전공학·도시공학·의학·통신·환경·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랑스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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