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가 휩쓸고 간 안성군 마정리-마을 절반엔 잡목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비운의 마을」마정리.
이번 재산공개 결과 각계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경기도안성군공도면마정리 주민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삶터를 이렇게 부르고있다.
산높고 물맑아 살기좋던 고향땅이 외지인들의 투기바람에 휩쓸려마을 절반이 비어 인적이 드물고 잡목만이 무성한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곳에 땅을 소유한 외지인중 재산공개대상 공직자도 韓萬靑서울대병원장.梁正圭민자당의원.黃秉泰주중국대사.李建雄서울고법부장.金曉鐘서울고법 수석사법정책연구관.金有厚서울고검장.鄭海秀대구경찰청장.金태연 경제기획원차관보등 8명에 이른다.
이들이 가진 땅의 총면적은 7천2백여평으로 이중 韓서울대병원장이 본인.가족 명의로 5천5백여평을 소유해 가장 많고,金차관보는 부인이 부친으로부터 분할 증여받은 4평을 가지고있어 억울하게(?)이 대열에 끼게됐다.
평범한 시골마을이던 마정리에 낯선 서울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한것은 70년대초 안성을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부터.
고속도로 건설로 서울에서 80㎞거리의 안성이 반나절 생활권에들게되자 개발예정지로 소문이 무성해졌으며 (주)대림흥산이 69~71년 마을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30여만평을 사들여 주말농장.과수원.상가등이 있는 복합 전원주택단지 대림동산을 조성하기시작했다.
71년 3백평 단위로 분할된 대림동산 분양이 시작돼 전원의 향수를 간직한 도시인들이나 조용한 집필활동을 원하는 문인들의 관심을 끌었으나 청약자 대부분은 개발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이었다.
당시 대림측에 땅을 팔았던 마정리 한 주민은『70년 평당 1백~2백원에 팔았던 땅이 1년뒤 20배가량 오른 평당 2천~4천원씩에 분양됐으며 인근 땅값도 덩달아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75년까지 성황리에 분양되던 대림동산은 그러나 70년대중반 한차례 석유파동을 겪고난뒤 서울까지의 출퇴근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급격히 인기가 떨어져 70년대말 전체의 4분의3정도가 팔린채 분양이 중단됐다.
실수요자보다는 투기꾼이 많았던지라 실제로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 분양받은뒤 그대로 방치,마정리는급속도로 황폐해졌으며 대림동산을 제외한 마을의 반쪽만이 상가.
주거지역.농토등으로 개발됐을 뿐이다.
지금까지 대림동산에 들어선 건축물은 40여평규모의 별장 10여채,20~25평정도의 농가주택 20여채와 뒤늦게 들어선 연립주택 9개동 2백63가구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나대지로 남아있는상태. 현재 이 일대의 공시지가는 평당 27만원대에 이르고있으나 매매가 거의 없어 시가가 형성되지 않고있는 실정이며 최근 짓기 시작한 연립주택 4개동 64세대도 분양률이 10%를 밑돌고있다. 주민들은 하루빨리 외지인들이 차지한 마을의 반쪽을 되찾아 실수요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일반주택단지로 조성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개발계획과 함께 땅을 매입했다고 소문난 사회지도층 인사중 계획이 취소된 지금까지 현지에서 살고있는 사람은 中央大 안성캠퍼스에서 강의하고 있는 高銀시인밖에 없다』는 공도면사무소직원의 귀띔은 이들의 소망이 아직은 요원함을 웅 변하고 있다.
[安城=李勳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