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개혁을 위한 칭찬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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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난한 봉급생활자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 제이름 감추고 거래함으로써 세금을 피한다면 말이 안된다.그래서 모든 금융거래를 당당하게 이름을 밝히고 하도록 하자는實名制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實名制의 핵심은 공정성(fairness)이다.정직한 사람을 보호하고 부정직했던 사람을 정직하게 이끌어내는 제도다.제도로서의 實名制는 금융거래의 實名化 그 자체면 족하다.그러나 현재 실시하고 있는 실명제는 이러한 원래 실명제의 목적 이외에 非실명거래자를 벌주고 나아가 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富를 축적한 사람들을 다스리겠다는 司正의 뜻도 담겨있어 실명제가 多目的 개혁도구로 되었다는 점에서 10년전에 시도했던 실명제와 다르다.
실명제는 우리나라 경제거래의 근본을 바로잡는 혁명적 조치인만큼 이 조치는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그런데 여기에 덧붙인 목적 때문에 실명제의 원래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부정축재에 대한 司正은 분리해서 별도로 했 었어야 좋았다고 생각한다.
질서는 강제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나 질서 구성원들의 自發的 준수로 유지되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어떻게 이런 自發性을 유도할 수 있는가.간단하다.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을 칭찬해주면 된다.
이번 실명제 실시에 있어서도 정직하게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온 봉급생활자나 성실하게 法을 지키며 열심히 기업을 운영해온 사람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조치가 곁들여졌더라면 그 실시가 부작용없이 순탄했을 것이다.정직한 실명거래자마저도 일 단 의심받는인상을 준 몇가지 조치가 착한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저축 의욕상실등 생각지도 않은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개미가 매미보다 부자일 수 있다.열심히 일하고,아끼고 저축했기 때문이다.개미가 쌓아놓은 富는 淸富다.淸貧만 칭송해서는안된다.淸富를 칭찬해주는 풍토에서만 모두가 땀흘려 일하고 낭비하지 않고 다음세대를 위해 富를 저축한다.그리고 국 민 각자가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근검 절약해야 나라의 富도 쌓이고 커진다.淸富를 칭찬하지 않는 사회풍토에서 國富를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사회주의 국가에서 입증되지 않았는가.
남이 나보다 잘하거나 앞서면 이를 부러워하고 칭찬하는 문화가羨望의 문화이고,이를 헐뜯는 문화가 嫉視의 문화다.한 사회의 지배적 문화가 선망의 문화일 때 그 사회는 발전한다.앞서가는 사람을 모두가 존경하고 자기도 뒤따르려고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반대로 질시의 문화풍토 속에서는 사회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앞서가는 사람을 끌어내려 똑같이 처지게 해야 마음 편히 여기는 풍토에서는 함께 亡하는 길만 있을 뿐이다.
역사의 선례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優勝劣敗의 원리가 존중되는 사회는 발전했고,처지고 약한 사람을 온 사회가 따뜻하게 보호하는 사회가 平和로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우선 우수한 사람을 북돋워주고 이와함께 優勝劣敗의 非情을 고른 복지의 보장제도로 보완하는 調和를 존중할 때 그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하는 사회가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武를 존중하는 사회에서 强兵이 나온다.文을 숭상하는 사회에서학문이 번창한다.성실한 企業人을 존중하는 나라가 富國이 된다.
반대로 武를 깔보면 弱國이 되고 文을 우습게 보면 미개한 사회로 전락한다.
***기계적 「平鈍化」는 깨자 高校「平鈍化」가 우리 기술수준발전의 발목을 잡았다.평균적 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대학에 대한 기계적 평등주의 정책이 오늘날 우리의 학문수준을 제자리에서 맴돌게 만들었다.수는 많아도 대학같은 대학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우수한 교 수보다 학생에게 인기있는 교수가 대학을 지배하는 풍토에서는 학문의 秀越性이 보장될 수 없다.
법과 질서를 정직하게 지키면 손해보는 사회 기강에서 사회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하다.훌륭한 경륜을 가진 사람보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이 정부 요직에 앉게되면 나라의 운영이 바로 될 리가 없다.
우리는 지금「수모의 百年史」를 마감하고「民族自尊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新韓國건설」에 온 국민이 참여하고 있다.이러한 역사적 개혁운동이 바른 방향을 잡아가게 하려면 이 사회의 잘못된 기계적 평등주의 풍토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첫째로 질시의 문화를 선망의 문화로 바꾸어나가야 한다.잘못을찾아 벌주는 일보다 잘한 일을 찾아 칭찬하는 일을 개혁의 주된과제로 삼아야 한다.
둘째로 열심히 일하고 성실히 질서와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시민들을 개혁의 주역으로 삼아야 한다.민주주의란 바로 이러한 시민이 주역이 되는 정치체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셋째로 잘하는 사람,우수한 사람에게 계속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제도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격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국제사회 풍토 속에서 우리 韓民族이 떳떳한 주역이 되게 만들려면 능력있는 사람을 열심히 밀어주 는 새로운「칭찬문화」를 우선 정착시켜야 한다.
〈西江大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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