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바람잡던 큰손 조작 사라져/실명제후 차·가명계좌 없어져 손못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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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실명제실시 이후 증시에서 이른바 「작전」이 사라지고 있다.
「작전」이란 시세차익을 얻기위해 큰손들이 일부 증권사임직원들과 결탁해 대량매입,루머조작 등의 방법으로 특정기업의 주가를 임의로 올리는 것을 말한다.
큰손들이 수십,수백개의 차·가명계좌를 동시에 굴려 특정종목을 집중매입하면 주가가 갑자기 오르게된다.
일반투자자들은 이러한 특정종목의 이상급등현상에 주목하게되고 호재가 있는 것으로 판단,따라붙게 된다.
이때 큰손들이 매물을 갑자기 쏟아 놓고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작전이란 이 과정에서 군사작전처럼 보안·기밀이 중요시된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실명제이후 주가나 거래량의 급등때 기업이 반드시 공표하게 돼있는 「현저한 시황변동에 관한 공시」의 경우 7월중에는 43건이었으나 실명제실시이후는 8건,9월들어서는 아직까지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느 실명제이후 어느 한종목의 시세가 갑자기 오르는 경우가 드물고 그만큼 큰손들이 장난칠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증시전문가들은 예전과 달리 차·가명계좌를 쉽게 움직일 수 없게된 것이 작전을 불가능하게 만든 주요원인으로 들고 있다. 지난 6월29일 주가조작혐의로 구속된 김종구씨(32)의 경우를 보면 큰손들의 작전행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김씨는 신분노출을 피하기위해 무려 16개증권사 21개 지점에 계좌를 개설한뒤 타깃으로 정한 신광기업주식을 석달동안 1백30억달러어치가량 사고 1백15억원어치를 팔아 3억4천만원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가 이를 위해 동원한 자금은 18억원에 불과했고 이 돈을 모두 7백18차례나 주문을 내며 돌리는 식으로 거래규모를 늘려 주가를 두배나 뛰게 만들었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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