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짜증나는 韓.藥 무한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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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약독점욕에 병든 한의사를 약사가 치료하자』 『보사부는 들어보라.허준선생의 불호령을』-.
3일 오후3시 보사부의 약사법 개정시안에 대한 제6차「약사법개정추진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과천 정부 제2종합청사 앞.
전국에서 올라온 약사 2천5백여명,약대생 5백여명,전국 11개 한의과대학 학부모 5백여명,대한한의사협회회원 5백여명,한의대생 2백여명등 4천여명이 넘는 시위인파가 대형 스피커를 동원,꽹과리를 치며 서로간의 엇갈린 주장을 호소하고 있었다.
양측은 보사부의 개정시안이 알려지자 약속이나 한듯『보사부의 개정시안은 문제의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 행정편의적 처사』라고 비난하고 똑같이「면허증 반납」을 외쳐됐다.
흥분한 양측의 시위는 서로에 대한 비방성 맞고함으로 이어졌다. 『일당받은 시위대들은 그만 물러가지』 『서당개도 3년이 지나야 풍월을 읊는다는데 약사 3개월공부에 뭐 알겠어』.
양측은 소리높이기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상대방보다 큰 소리를내기위해 기를 썼다.
한의사들은『약사의 무분별한 한약취급은 국민보건위협』이라 외쳐대고 약사들은『저렴한 한약공급을 통한 국민보건증대』를 내세우고있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잿밥싸움」에 이미 싫증이 난듯 냉담하기만 했다.
『누가 옳든,저래서야 문제가 해결되겠어.』 이미 시위에 익숙해진 공무원들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어이없다는 표정뿐이었다.
『국민들에게 부끄럽습니다.우리가 바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우린 돌아가겠습니다.』 뒤늦게 시위현장에 도착한 한의대생들은 고개를 숙인채 시위장을 떠났다.대책없는 정부와 국회,자신들의 이해만 강요하는 약사와 한의사.
학생들의 수업거부를 타이르고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할 자격을 갖춘 「어른」을 자처하기에는 이미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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